국내 증시가 해외 악재에다 수급 불안까지 겹치며 설상가상의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중국 과열 억제 정책, 고유가 영향으로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연방기금금리를 당초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인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제 투자 자금의 흐름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량으로 출회된 프로그램 매도 물량으로 종합주가지수가 750선대로 추락하고 말았다.기술적 분석으로 살펴보면 최근 상황이 단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주 60일 이동평균선이 12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돌파하는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하였다. 중기 데드크로스의 출현은 중기 추세의 약세 가능성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과거 경험에 비춰 볼 때 2002년 7월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이동평균선간의 데드크로스는 향후 증시 흐름을 비관적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미국 증시가 유가 하락과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을 바탕으로 비교적 탄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국과 대만 등 이머징 마켓은 기술주 중심의 주가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인데, 지난 주말 국내 IT 기업의 선두 주자인 삼성전자 주가는 연중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국내 증시가 경기 회복을 바탕으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미국 증시와의 동조화 현상이 약화되는 징후가 감지되고 있어 증시 주변을 둘러싼 악재들이 진정되지 않을 경우 증시가 상승추세로 복귀 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을 필요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종합주가지수가 나흘 연속 급락해 종목별로는 가격 메리트가 부각돼 주 초반 기술적 반등은 기대된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현·선물 양 시장에서 매도 우위를 보이고 있으며, 프로그램 매도 물량은 지속적으로 시장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는 국내 내수 경기 회복이 부진한 가운데 중국 등의 영향으로 수출 모멘텀 감소 우려가 주가 약세를 가중시키고 있으며, 더욱이 미국 금리 인상이 시장의 예상대로 공격적인 수준으로 단행될 경우 그 동안 비달러화 표시 자산을 선호해왔던 국제 투자 자금의 달러화 표지 자산으로의 이전이 가속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결국 국내 시가총액의 43%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이 부정적으로 변할 경우 시장의 흐름은 기간 조정 뿐만 아니라 가격 조정을 수반할 경우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 한국을 포함한 이머징 마켓이 미국 등 선진국 증시 대비 약세를 지속하면서 외국인들의 자산 배분전략상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만큼 국내 투자가들도 적극적인 시장 대응은 한 템포 늦추면서 직전 저점 부근인 730선대의 지지력을 확인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황창중 LG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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