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암'(감독 성백엽·사진)이 13일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축제인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서 장편 경쟁부문 최고상인 대상(그랑프리)을 수상함으로써 한국 애니메이션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과거 한국은 미국, 일본의 하청을 받는 주문생산방식(OEM) 국가로 알려져 있었으나 2002년 '마리이야기'(감독 이성강)에 이어 다시 대상을 차지하면서 창작 국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됐다.이번 장편경쟁부문에는 미국의 '헤어 하이' '피노키오 3000', 스페인의 '엘시드' 등 유명 작품이 대거 출품해 경쟁이 치열했다. 그런데도 '오세암'이 상을 받은 이유는 독창성 때문이다. 시상식에 참가한 제작사 마고21의 이정호 대표는 "'오세암'이 그림과 내용에서 미국, 일본 애니메이션과 확연히 구분되는 높은 독창성을 인정받았다"며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새삼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손에 꼽을 정도이며 한국의 제작 실력은 세계 정상급이다. 그럼에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소재를 발굴하고 이야기를 만드는 기획력이 떨어졌기 때문. '오세암'의 이번 수상은 세계인이 공감하는 한국적인 소재를 활용하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오세암'은 프랑스에서 9월 개봉하며, 다른 5개 나라와도 수출협상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배급업자의 외면으로 극장 확보에 애를 먹어 지난해 4월 겨우 15개 스크린에서 그나마 교차 상영했고, 관객도 10만명에 그쳤다. 이 대표는 "국내에서는 미국,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애가 아직도 심하다. 관객의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며 "이와 함께 제작사도 소재 발굴과 그림체 개발 등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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