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경기 덕평수련원에서 열린 2004년 노사모 총회. 노사모의 초청으로 참석한 열린우리당 문희상 의원이 "노사모 막내, 충성"이라며 "꿩(대통령) 대신 살찐 닭이 왔다"며 연단에 오르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 자리에서 문 의원이 "개혁이 성공하려면 주체세력이 있어야 하는 데 많은 숫자도 필요 없고 바로 노사모의 힘이면 된다"고 하자 환호성은 절정에 달했다.'대통령의 전도사' 문 의원의 최근 행보가 거침이 없다. '김혁규 총리 카드' 분란 과정에서 정치특보직을 잃었지만, 오히려 자원 봉사를 맡아 대통령 철학의 대변자로 종횡무진이다.
문 의원은 이날 노사모 총회에서 '펌핑론'으로 한껏 독려했다. "펌핑할 때 처음 한 바가지의 물을 붓지 않으면 물이 나오지 않는 것처럼 개혁을 이루는 핵심코어가 노사모"라는 것. 문 의원은 11일에도 우리당 386출신 의원모임에 초청돼 "대통령은 탈권위주의적 리더십을 갖고 있다"며 최근의 당·청간 논란을 적극 해명했다. 기자들에게도 '젖떼기 과정'이라 비유하며 당정 분리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또한 대통령의 개혁후퇴 지적에 대해 "시장주의 원리에 충실한 것이 보수면 대통령이 왕 보수지만 소외받는 이에 대한 관심과 정책 실천의지가 있는 것이 진보라 하면 대통령은 진보주의자"라고 설파했다. 또 "진돗개 중 흑구(黑狗)와 황구, 백구가 섞여 있으면 황구는 더욱 노랗게 된다"며 흑구인 민노당 때문에 우리당의 정체성이 더욱 선명해질 것이라는 '진돗개 교접론'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해 문 의원은 "공식 직함이 없으니까 좀 더 자유롭게 많은 얘기를 할 수 있게 된 것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평당원' 문 의원의 무게감은 당의장에 버금간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 '돌파형 총리'를 언급하며 이해찬 의원의 총리 지명을 암시해 새삼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회자됐다. 정청래 의원은 "중진 중 노 대통령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고 우상호 의원은 "솔직한 얘기를 듣고 많은 오해를 풀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문 의원의 방은 문 의원의 정국 해설장인 일명 '봉숭아 학당'에 참석하기위한 기자들로 문전성시다. 노 대통령의 마음과 향후 정국 방향을 예감하기 위해 문 의원의 열변에 당안팎의 눈과 귀가 쏠려 있는 셈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