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도 창업 틈새다.'불경기의 골이 깊지만 사람들은 살아 움직이고 경제활동은 계속된다. 소비자들의 가벼운 지갑은 새로운 소비행태와 선호물품을 만든다. 때문에 불황은 창업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역시 불황기에는 가격파괴 만큼 소비자들을 붙잡는 가장 큰 매력이 없다. 불경기에는 사람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더욱 열심히 뛰어야 하기 때문에 24시간 서비스는 소비자들에게 한 발 더 다가 갈 수 있고, 돈이 없어도 소비해야 하는 생필품은 불황기의 주요 아이템이 된다.
■ 이지은레드클럽 화정점을 운영하는 현소영(31)씨는 스스로가 4,000원에 피부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끌려 점포에 들렀다가 창업까지 이어졌다. 이지은레드클럽은 회당 2만원 이상하는 피부관리 비용을 3,0000∼5,000원으로 낮췄다. 첨단기기를 도입해 짧은 시간내 효과적인 피부관리를 하고, 소용되는 화장품 가격의 거품을 제거해 기존 피부관리비를 파괴했다. 화정점의 성공비결은 가격파괴에만 있지 않다. '싼게 비지떡'이란 불신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손님이 기다리지 않도록 최대한 시간을 잡아 예약하고, 지역특성상 서울로 출퇴근하는 고객이 많은 점을 고려해 일주일에 하루는 야간영업을 한다. 또 고객이 요청하면 휴일에도 문을 열고, 낮시간에는 간단한 다과로 고객들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현씨는 "점주가 피부관리를 공부하고 기술을 갖추면 훨씬 유리하다"며 "좀 더 자리가 잡히면 남성 고객들을 위한 뷰티샵도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39평의 매장을 내는데 창업비는 총8,480만원(임대비 제외) (031)814-0029
■ 값싸서 부담이 없는데다 저지방, 저콜레스테롤이라 '웰빙푸드'로 관심을 얻고 있는 전통음식도 불황극복의 한 아이템이다.
10년간 사진관을 운영했던 최상철(34)씨는 지난 2월 또순이원조순대 영등포점을 열었다. 음식업이 불황을 비교적 덜 탄다는 주변 권유로 이것저것을 둘러보다 철판순대볶음 체인점이 눈에 들어왔다. 1인분에 5,000원으로 서민형 음식의 대표주자인 삽겹살보다 가격이 싼 데다 본사에서 거의 완성된 제품을 보내 요리경험과 기술이 부족해도 무난히 해 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 것. 가게자리는 '끼리끼리 모이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저가형 음식점이 비교적 많이 모여 있는 영등포로 정했다.
최씨의 홍보전략은 '정(情)마케팅'. 골든 타임인 오후7시반에서 9시 사이의 손님들에게 무료로 순대 1접시를 돌리는 것이다. 안주로 순대를 찾은 손님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씨는 "이곳에 들리는 손님들 대부분이 부담없이 소주 한 잔에 정을 나누려는 것 아니겠냐"며 "술자리 끝무렵 술은 남았는데 안주가 없을 때 공짜 순대 1접시는 우리집을 기억하게 해 준다"고 말했다. 창업비용 가맹비 900만원 등 총 5,000만원. (02)2636-2889
■ 다니던 유통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나선 배준호(32)씨는 한국사람이 평생 먹어야 하는 쌀이 창업아이템을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지난해 7월에 6호선 봉화선역 근처에 도정쌀전문점 내추럴후레쉬 신내점을 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갓 찐 떡이 맛있다'는 말처럼 고객이 현미를 구입하면 즉석에서 도정을 해 준다. 여기에 유기농 농산물을 이용한 생식과 선식, 클로렐라, 키도산, 석류 등 건강보조식품을 곁들여 판매해 호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단골 쌀가게를 이용하는 주부들의 마음을 잡는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전단지를 돌리고 인터넷과 책을 뒤져 쌀과 건강, 유기농, 저농약 농산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고객들을 설득했다. 오토바이에 도정쌀을 싣고 다니며 직접 맛을 보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몇 동 몇 호에서 어떤 쌀을 먹는 지를 일일히 기록해 꼼꼼하게 관리했다. 이제 고정고객만 1,500명을 넘어섰다.
배씨는 "매일 먹는 쌀만큼 고객들 건강과 직결된 건 없다"며 "항상 건강을 생각해 주고 믿고 먹을 수 있는 쌀이라는 인식을 준 것이 고객의 마음을 산 것같다"고 말했다. 창업비용 총 5,000만원.(점포임대비 제외) (02)3421-0444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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