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탉이 울어 국회를 바꾸겠습니다."17대 국회의 우먼 파워가 심상치 않다. "과거 국회에서 여성 의원이 살아 남기 위한 지침이 '자칫 왕따가 될 수 있으니 최대한 몸을 낮추라'였다면 이제는 '최대한 튀어라'가 된 것 같다"고 한 여성 3선 의원은 말했다. 여성 의원들이 당당히 권리를 요구하고 할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것이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전체 의원 299명 중 39명으로 13%. 아직은 당내 소수파인 이들은 각기 세력화를 통해 권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총선 직후 결성된 우리당의 '여성정치네트워크'와 한나라당의 '여성전진네트워크'는 국회 상임위원장직 2, 3석 여성에 할당 당직 일정비율 여성 배분 의무화 국회 내 성희롱 발언 금지 등을 요구했다.
그 결과 양당 원내 부대표단에 박영선, 홍미영 의원(우리당)과 이혜훈, 안명옥 의원(한나라당)이 포함되는 작은 성과를 거두었다. 민노당 심상정 의원은 의원단 수석부대표로 선출됐다. 여성 관련 정책에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초당적 여성의원 모임인 '39클럽'(가칭) 결성도 준비 중이다.
여성들은 의정 활동에서도 거침이 없다.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은 5월 31일 '저출산 및 고령화사회 대책특위 구성결의안'을 발의해 17대 국회 첫 의안 제출자로 기록됐다. 우리당 장복심 의원이 준비 중인 식품위생법 개정안도 당내 첫 의안이 될 전망이다.
자연 여성 의원들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초선인 우리당 이은영 의원은 "회의에서 여성 의원이 나서면 남성 의원들이 인상을 찡그리며 눈치를 준다고 들었는데, 최근 한 회의에서 박영선 의원이 제일 먼저 손을 들고 얘기해 놀랐다"고 전했다. '남성 전용'에 가까웠던 재경위, 통외통위 등 주요 상임위에 여성 지원자들이 몰린 것도 전에 없던 풍경이다.
때문에 남성 의원들의 태도를 바꿀 수 밖에 없다. 한나라당 이계경 의원은 "싸늘한 시선으로 일관했던 남성 의원들이 '저는 호주제 폐지 찬성합니다'라며 먼저 말을 걸곤 한다"며 "남성 의원들끼리의 술자리에서 이권청탁이 오가고 정보를 독점하는 문화도 차츰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희정 의원은 "의원들이 남학교에 여학생이 억지로 낀 게 아니라 국회가 원래 남녀공학이라는 인식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의원들은 "여기서 만족해선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여성이라는 사실에 얽매이지 말고 전문성으로 승부하자"(우리당 이경숙 의원) "여성 의원 모임에만 열과 성을 다하는 것으로 비치면 안 된다"(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등 이들의 문제 의식과 성취욕은 끝이 없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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