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인형왕멍 지음·성민엽 옮김
문학과지성사 발행·
1만5,000원
중국 소설가 왕멍(王蒙·70)은 100여 권의 소설과 산문, 학술서 등을 냈으며 중국과 일본, 이탈리아의 국제문학상을 휩쓴 작가다. 유력한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꼽히는 그의 대표작 '변신 인형'이 출간됐다.
1987년 발표된 '변신인형'은 중국 소설의 새로운 지평이 열렸음을 인상깊게 보여준 작품이다. 소설은 1940년대 초 베이징(北京)에 거주하는 지식인 니우청의 이야기다. 대학 강사인 그는 중국의 봉건 문화를 혐오하고 서구 문명을 동경한다. 니우청의 집에는 아내와 장모, 과부 처형이 함께 살고 있는데 그는 집안을 전혀 돌보지 않고 밖으로만 나돈다. 아내와의 갈등은 커져만 가고 결국 니우청이 자살을 결심하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패배감 가득한 삶을 살아가는 니우청의 모습을 통해 왕멍이 이야기하는 것은 중국 사회이자, 봉건적인 것이 어떻게 인간의 영혼을 파괴하는가의 문제다. 새로운 것에 대한 꿈으로 가득하지만 옛것이 발목을 잡고 있어 그는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주인공의 분열과 고통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번역한 성민엽 서울대 교수는 "소설에서 묘사된 봉건 사회의 음습한 그늘은 지금까지도 인간의 영혼 깊숙이 드리워져 있다. 여기서 파괴되는 인간들 개개인은 그 파괴행위의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고 설명했다. 성민엽씨는 89년 이 책을 초역했다가 이번에 많이 손질해서 다시 냈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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