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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자의 책이야기/"일리아드, 안 읽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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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자의 책이야기/"일리아드, 안 읽으셨군요"

입력
2004.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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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토르는 일찍이 예언자로부터 죽음에 대해 경고를 받은 터였다. 트로이의 왕자인 그는 그러나 절망하지 않았다. 전투를 앞두고 그는 자신이 트로이 전쟁에서 죽고 난 뒤, 아내 안드로마케가 어떤 운명에 처할지를 스스로 예언하기도 했다.전쟁터로 떠나기 전 그가 아내와 아들과 헤어지는 장면은 감동적이다. 예언대로 헥토르는 트로이의 성벽 근처에서 적장 아킬레우스의 공격을 받고 죽었다. 호머의 대서사시 '일리아드'의 대단원은 헥토르의 죽음으로 막을 내린다.

5월 말 개봉한 영화 '트로이'가 관객 3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리스 장수 아킬레스와 함께 영화의 주인공 중 한 명인 헥토르(사진)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전세가 기울어 가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전투에 임하는 헥토르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호머가 '일리아드'에서 묘사한, 솔직하고 용기있는 헥토르 그대로다.

그 헥토르가 '전투에서 전사한다'는 영화 리뷰 기사를 본 어떤 네티즌들이 화를 냈다고 한다. 비난의 내용은 영화의 결말을 미리 알려줘 재미를 반감시키는 '스포일러'라는 것. 이렇게 얘기한 사람들은 아마 '일리아드'를 안 읽었던 것 같다.

고전은 영화에서, 연극에서, 현대소설에서 인용되고 옮겨지고 새롭게 쓰여진다. 그 고전을 읽지 않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는 것 같다.

이러다가는 이카로스가 하늘을 날다 죽은 것도, 메두사가 결국 페르세우스의 손에 죽은 것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지.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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