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장생(不老長生)이 인간의 꿈이라지만 오래 산다고 반드시 행복하기만 할까. 병들고 늙어 꼼짝하지 못할 때 돌봐줄 사람마저 없다면 장수는 덕담이 아니라 악몽이 될 것이다.고령화 비율(65세가 넘는 노인의 비율)이 8%를 넘어선 상황에서 "노인 부양을 자식의 도리이자 효심의 문제로 넘기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하는 책이 나왔다.
지난 몇 년 동안 일본을 오가며 노인 문제를 심층 연구한 김동선(40·사진)씨가 쓴 책 '야마토마치에서 만난 노인들'(궁리 발행)은 노인 문제는 사회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대안을 제시한다.
"세계 최장수국 일본에서, 자식이 늙은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기간이 1954년 5.3년에서 98년 20.4년으로 늘었습니다. 치매, 뇌졸중 등 병에 걸려 24시간 수발이 필요하다면 가족의 부담은 몇 배가 되죠. 고통스럽고 긴 이 기간에 대한 책임은 사회가 함께 나눠야 합니다."
한국일보 기자를 지낸 저자는 2001년부터 1년 동안 일한문화교류기금의 지원을 받아 일본 야마토마치에서 공부하면서 큰 충격과 감동을 동시에 맛봤다. 30년 전 도쿄대를 졸업하고 이 마을로 들어온 의사 세 명이 만든 노인 수발 시스템이 병든 노인과 지친 가족 모두의 짐을 덜어주며 이 마을을 '노인의 천국'으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전문적인 홈 헬퍼(home helper)를 가정으로 파견하는 재택간호시스템, 노쇠 고령자들을 데려온 뒤 낮에만 함께 놀고 보살피는 데이 서비스 센터(day service center), 노인을 골방에서 끌어내 재활을 유도하는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운동…. 사회가 늙고 병든 사람을 직접 돌보는 것을 보면서 저자는 노인복지에 대해 새로운 눈을 떴다.
"30년에 걸쳐 만들어진 시스템을 직접 보고 세 명의 의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노인복지는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리나라도 2007년 장기요양보호제도 실시를 앞두고 있지만 다양한 서비스 수요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의료·보건·복지 등에 대한 탄탄한 인프라를 구축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 같아요."
이 책은 노인부양 문제를 둘러싼 사회과학적 접근, 야마토마치의 제도와 과정에 대한 설명, 일본 사례가 우리나라 상황에 시사하는 점 등을 다룬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병든 노인을 수발하는 가정의 절절한 사례들이, 다소 딱딱한 주제를 누구나 당면할 수 있는 생생한 문제로 인식하게 만든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