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하는 외교· 안보 조직이 대수술을 하게 됐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이종석 사무차장(사진)이 사무처장으로 승격하게 된 것이다. 반면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장관급)은 NSC 사무처장 겸직을 그만두게 됨으로써 정부 내 외교·안보 정책 조정권이 이 차장의 한 손에 모아지게 됐다.또 경제 분야만을 다뤄온 '동북아 경제중심 추진위원회'를 외교· 안보 분야를 주로 다루는 '동북아시대 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위원장에 문정인 연세대 교수를 임명했다. 동북아 시대위는 4강 외교 강화 및 남북 관계 개선 등을 위한 장기 비전 등을 제시하는 싱크 탱크 역할을 하게 된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외교안보 라인은 정책 집행을 담당하는 각 부처 정책 조정을 맡는 NSC 중·장기적 과제 연구를 하는 동북아시대위 등으로 3분화하게 됐다.
기능이 갈라졌을 뿐 아니라 NSC 내부의 조직 통할체계도 복잡해졌다. 개정된 국가안전보장회의법은 NSC 보좌관의 사무처장 겸직 규정과 사무차장(차관급) 제도를 없앴다. 이에 따라 이 차장은 개정법이 발효되는 9월께 승진을 하지만, 직급은 차관급을 유지한다. 또 통일·외교·국방부장관, 국정원장 등으로 구성된 NSC 상임위 회의에서는 배석자에서 정규 참석자로 격상됐다. 장관급 일색인 구성원 가운데 유일한 차관급이다.
반면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은 NSC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그대로 맡아 이 회의를 주재한다. 이에 따라 여러 가지 어색한 장면들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 보좌관은 NSC 조직에서 유리돼 대통령 행사의 배석자, 회의의 사회자 성격으로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차관급인 NSC 사무처장이 장관들이 책임을 맡는 외교 ·안보 관련 부처 업무를 제대로 조정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 차장을 실세화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도리어 체계상의 혼선을 가중시키지 않겠냐는 우려다. 이에 따라 이번 조치는 한시적인 것으로 이 차장의 형식적 위상과 실질적 영향력을 보다 더 일치시키기 위해 또 한번의 개편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윤태영 대변인은 "NSC 조직이 지난 정권 때 12명이었다가 현재 타 부처로부터 파견된 직원까지 합쳐서 78명에 이른다"면서 "국가안보보좌관의 일이 너무 늘어나 겸임을 그만두도록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가안보보좌관은 정책 보좌와 대통령 해외 순방 수행 및 대외 활동 등을 담당하게 되고 NSC는 전과 똑같이 안보 전략 기획과 정책 조정 등의 일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NSC, 美 "원 톱" 한국은 "투 톱"
국가안보와 관련한 현안을 총체적이고 통합적으로 다루면서 대통령을 보좌한다는 데서 우리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시스템은 미국의 시스템과 유사하다. 특히 참여정부 들어 NSC 사무처를 관장하는 국가안보보좌관을 청와대 비서실 산하에 신설하는 등 외형적으로 거의 미국체제에 근접해 있다. 그러나 우리 NSC는 보좌기능과 총괄조정기능이 분리돼, 통합형인 미국과는 달리 운영되고 있다.
콘돌리사 라이스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백악관 비서실 직속인 NSC를 책임지고 있다. NSC는 국방부와 국무부 등 안보관련 부처의 현안을 보고받아 총괄조정하고 안보현안과 관련한 대통령 보좌업무를 맡고있다.
백악관에서 열리는 대통령 주재 회의나 장관급 회의(principal meeting)를 준비하기 위해 관련부처에서 안건을 받아 취합하는 기능은 별도의 사무처가 맡고 있다. NSC의 2인자는 주한미군 이라크 차출을 우리정부에 직접 통보한 스티브 해들리 부보좌관이며 기구는 지역담당국과 기능담당국으로 크게 나뉜다. 국내언론에 가끔 등장하는 마이클 그린 선임보좌관은 지역국의 아시아담당 국장이다.
이와 달리 우리 정부의 NSC사무처는 비서실 소속이 아닌 대통령 직속 기구로서 안보현안의 총괄조정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안보현안과 관련한 대통령 보좌는 직제표상 비서실 소속의 국가안보보좌관에게 맡기고 그동안 NSC사무처장까지 보좌관이 겸했다. 별도의 사무처장을 두더라도 국가안보보좌관이 NSC상임위를 계속 주재한다면 '어정쩡한 동거'는 당분간 이어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가안보보좌관과 국방보좌관, NSC사무처 등으로 산재한 안보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며 NSC의 단일구조화를 주장하고 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코드 맞는 "개혁성향 학자" 발탁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초기 국정 청사진을 그린 개혁성향의 학자그룹이 다시 전면으로 부상했다. 정부 초기 학자그룹은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의 주요자리에 등용됐지만 대부분 전문관료들에게 자리를 내줬고, 이에 따라 '개혁후퇴'라는 지적이 있었다. 때문에 노 대통령이 학자출신 재기용한 것은 국정2기에 안정과 개혁을 조화시키겠다는 포석으로 보여진다.
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의 와병으로 기용된 김병준 신임 정책실장은 노 대통령 정책자문 그룹의 좌장이다. 1993년부터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그는 참여정부 지방분권 구상의 밑그림을 제공했다. 노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어떤 자리든 원하는 자리를 맡기겠다"고 할 정도로 신임이 두텁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도 발이 넓고 정무적 감각도 갖춰 당정관계를 책임질 정책실장으로 적임자라는 평이 나온다. 대구상고, 영남대를 나와 미국 유학 뒤 국민대 교수를 지내는 등 자수성가의 모습도 노 대통령과 닮았다는 평이다.
윤성식 신임 정부혁신지방분권 위원장은 노 대통령에게 정부혁신의 방향을 제공한 인물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그를 감사원장에 지명했지만 국회인준 부결로 무산됐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그의 책 '정부개혁의 비전과 전략'을 극찬하는 등 언젠가는 기용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었다. 윤 위원장은 특히 경제, 경영, 회계, 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적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평이다.
문정인 동북아시대 위원장은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필요성을 주창해온 국제정치학자다. DJ 정부시절 햇볕정책 수립에 깊이 간여했고, 노 대통령의 평화번영정책에도 상당한 자문을 했다. 윤영관 전 외교장관, 서동만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 노 대통령의 외교안보 자문교수 '3인방'중 한명이지만 정부 진입은 늦어졌다. 본인이 학자로서의 삶은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란 후문이다. 그러나 경제중심에서 안보, 외교로 영역을 넓혀 대폭 확대 개편된 동북아시대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됨으로써 참여정부의 대북·외교정책에 상당히 영향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당선자 시절 미국특사단 일원이 될 정도로 미국 내 지인이 많다. 이종석 NSC 사무처 차장과 친분도 상당하다.
<약력>약력>
◆김병준 정책실장 경북 고령·50 대구상고 영남대 정치학과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소장 경실련 지방자치위원장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윤성식 위원장 전남 해남·51 광주일고 고려대 행정학과 미국 텍사스대 교수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대통령직인수위 정무분과 위원 감사원장 후보
◆문정인 위원장 제주·53 제주오현고 연세대 철학과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 국제정치학회 부회장 연세대 국제대학원장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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