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정책 관련 발언의 기조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노 대통령은 직무 복귀 직후에는 경제 살리기 보다는 시장 개혁에 더 비중을 두는 발언을 많이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장 친화적 발언과 내수를 살리겠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이를 두고 노 대통령의 실용주의적 경제관을 보여주는 발언들이라는 해석도 뒤따르고 있다. 노 대통령의 언급이 조금씩 변화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노 대통령은 일관되게 "경제위기론이 과장됐다"고 말하고 있다.
변화 흐름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부터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일 세계 한인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실물 경제로 볼 때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제일 어려울 때"라면서 "내수가 살아나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말해 내수 살리기 의지를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경제평론가 최용식 씨 및 경제 보좌진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적 어려움의 실상에 대해 잘 안다는 뜻을 밝혔다는 후문이다. 이날 최씨가 "서울 일부 식당에서는 하루에 손님이 한 두 사람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고 말하자 노 대통령이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7일 17대 국회 개원 축하 연설을 통해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가슴 깊이 느끼고 있다"고 전제한 뒤 "경제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중소기업 지원,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 등을 내놓았다. 다만 노 대통령은 이날 "과장된 위기론이야말로 시장을 위축시킨다"면서 거듭 '경제위기 과장론'을 역설했다.
노 대통령의 시장 친화적 발언은 9일 민주노동당 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노 대통령은 이날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에 대해 "분양 원가 공개는 개혁이 아니고 장사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시장 메커니즘이 존재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또 민주노동당의 부유세 도입 주장에 대해 "부유세 같은 것을 하려다 저항에 부딪치면 진짜로 해야 할 개혁도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재분배 논란에 대해서도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론을 강조했다. 또 쌀 수입 개방 문제와 관련 "세계적 개방 체제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최근 발언들의 뉘앙스는 직무 복귀 직후 단기적 경기 부양책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시장 개혁을 강조했던 것과는 크게 다르다. 청와대 정책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경제 철학이 달라진 것은 없다"며 "다만 최근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반영해 경제 살리기에 더욱 관심을 갖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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