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여년 간 전해 내려온 가문의 유물 1만여점이 지방자치단체가 설립한 박물관에 기증됐다.조선 정조 때 고급 관리를 지낸 괴헌(槐軒) 김영(金瑩) 선생의 장손 김종국(62·전직 무역상)씨가 8대에 걸쳐물려 받은 유물 1만여점을 최근 경북 영주시가 세운 소수박물관에 기증했다. 김씨는 경북 영주시 이산면 두월리에 있는 김영 선생의 고택(경북도 민속자료 65호)을 관리하고 있다.
김씨는 "한국 전쟁과 같은 험난한 시절에도 고이 간직하며 지켜왔던 가보와 같은 것들"이라며 "조상 대대로 물려주신 것들이지만 이제는 학술연구와 국민들에게 유익한 전시자료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가 기증한 유물은 고서적 1,700여점과 요즘 보기 힘든 대형 갓, 어사화, 관복, 가마 등 민속품 200여점, 그림과 간찰(簡札·편지)등 모두 1만여점으로 1톤 트럭 3대분이나 된다.
특히 3,000여점이나 되는 간찰은 조선시대 영남 유림(儒林)의 교류관계와 사상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고 시대별 물가와 관련된 자료들도 많아 경제사학적인 가치도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퇴계 이황 선생이 어린 선조임금에게 성군이 되기를 바라는 뜻으로 군왕의 도에 관한 성리학의 요체를 도식으로 설명한 성학십도 목판본 초본 같은 것은 대원군 시절 서원(書院) 철폐 후 김씨 집안에서 보관해오다 이번에 박물관에 공개됨으로써 빛을 보게 됐다.
김씨는 "조상들로부터 받은 귀한 유물을 먼 후대까지 온전하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인지 갈수록 걱정이 심해지던 차제에 7월에 개관예정인 소수박물관에 전시유물이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기증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영주시는 기증 유물에 대한 보존처리가 이루어지는 대로 일반 시민들에게 공개하고 학술연구자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영주=정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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