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을 하려면 미리미리 하지 왜 파업에 들어가 놓고 이 난리냐."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이틀째인 11일 노사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고려대안암병원 교섭 현장.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노사 대표들을 보면서 한 환자가 분통을 터뜨렸다.
노사가 연일 밤샘 교섭을 하고 있는 모습은 벼락치기 공부를 하는 수험생을 연상 시킨다. 온갖 시비로 90여 일을 허비하고 파업전날에야 정색하고 불꽃 교섭을 벌이기 시작한 이들의 행태가 시험 전날 책상머리에서 밤을 꼴딱 새는 어린 학생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노사의 첫 산별교섭은 3월17일이었다. 그리고 주 40시간 근무 등 쟁점사안에 머리를 맞대고 처음으로 공방을 벌인 것이 파업 24시간 전인 9일 아침이다. 그런데 이들이 이 짧지 않은 교섭기간에 한 일을 보면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이 기간의 대부분은 대학병원 대표가 안 나와 노조가 반발하는 바람에 헛바퀴만 돌았다. 5일부터는 대표가 나오기는 했는데 실무자급이어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8일 밤에야 병원장이 마지 못해 테이블에 앉아 9일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벌이게 된 것이다. 어차피 병원장이 나올 것이었다면 일찍부터 협상에 임해 본교섭을 시작했어야 했다. 주 40시간 근무 협상이 하루 이틀에 해치울 수 있는 숙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조도 교섭에 아무도 안 나온 것에 대해서는 문제를 삼을 수 있겠지만 실무자급이 참석한 파업 사흘전 교섭부터는 쟁점 협상에 응했어야 했다. 노조는 "병원업무 지식이 전혀 없는 노무실무자"라고 하지만 법적으로 하자 없는 대표이기 때문이다. 파업 72시간 전에 이런 기싸움이 필요한지 기자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정진황 사회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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