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경제부총리가 10일 노무현 대통령의 '내년 이후 6% 지속 성장론'을 재확인하고 나섰지만 증시의 다수 이코노미스트(경제분석가)들은 정부의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적지않은 이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지표 뿐 아니라 향후 주가 흐름과 연계해 그 안에 내재된 영업이익 등 기업의 수익 전망에 보다 주목하고 있는 이들 가운데는 "성장률에 집착하지 않겠다던 정부가 신중하지 못한 성장 전망을 내세우는 격"이라며 "지금은 캠페인보다 난마처럼 얽혀 있는 정책의 혼선을 바로잡아야 할 때"라는 매운 말도 서슴지 않았다.
수출·내수 전망에 시각차
정부와 시장의 시각은 당장 향후 수출 및 내수 회복 전망에서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이 부총리는 이날 향후 수출 전망과 관련해 "수출은 현재 월 200억달러 수준에서 내년에는 210억∼220억달러로 꾸준히 늘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수 회복 시점에 대해서도 "빠르면 올 3분기, 늦어도 4분기 이후에는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주요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들은 이에 대해 "지나친 낙관"이라는 반응이다. A 증권사 투자전략팀장 겸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무엇보다 고유가 및 가계 소비여력의 추가 위축 우려 등을 제대로 감안했는지 의심스럽다"며 "하반기의 기업 채산성 하락에 따른 실질 임금 정체 가능성 및 가계 대출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수출 호조가 곧바로 소비 회복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수출 전망에 대해서도 최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유가가 30달러 초반으로 하락하지 않는 한 수출이 올 3분기를 정점으로 급격히 위축되면서 실물경기 상승세가 4분기부터 침체 반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가·성장률 전망 잇단 하향 조정
이 같은 시각차는 '내년부터 6%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정부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증시에서는 GDP 전망 및 주가의 하향조정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하순부터 하반기 수정 경제전망을 잇달아 내놓은 각 증권사 가운데 삼성증권은 이미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2%에서 5.0%로 낮췄고, 굿모닝신한증권도 당초 5.5%에서 5.3%로 낮췄다.
또 아직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는 손대지 않았지만 현대증권은 올 전망치를 당초 5.4%에서 5.2%로, 대우증권은 5.7%에서 5.0%로 낮추고 경기의 추이를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삼성증권 임춘수 리서치센터장은 "하반기부터 기업 이익 전망치에 대한 하향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기업이익이 대체적으로 줄어들 것이 분명하고 다만 얼마나 줄어드느냐가 문제"라며 향후 주가 전망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와 관련, 각 증권사들은 연초 최고 1,050선 내외로 기대됐던 올해 종합주가지수 고점 전망도 소리없이 하향조정하고 있다. 일례로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기업 경기 악화 전망에 따라 올 3분기가 지수 바닥이 될 것"이라며 "올해 증시 고점을 900선으로 조정한다"고 밝혔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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