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영화 배우 장미희씨가 최근“저 장미희에요”라며 반갑게 전화를 해왔길래 청담동에 있는 퓨전 한식집에서 만나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그녀와 처음 만난 것은 10년 전 뉴욕 빌리지에서 조그마한 식당을 할 때였다. 당시 자주 오던 단골 손님과 함께 어떤 사람이 후드가 달린 검정색 코트를 입고 들어와 보통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후드를 벗자 영화 배우 장미희였다. 그 날 우린 간단한 대화를 나누었고 그것이 인연이 됐다.
그녀와 난 저녁 식사를 하며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계속해서 관계가 이어진 것처럼 자연스레 대화를 했다. 내용은 그 동안 서로의 일들, 그리고 얼마 전 작업했던 스캔들영화 이야기, 그리고 그녀가 앞으로 출연하게 될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를 하던 중 그녀는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바꿨으면 좋겠는가 하고 물어왔다. 나는 잠시 머뭇거렸다. 그 동안 여러 배우들과 영화 작업을 해본 결과, 배우의 이미지를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배우들은 계속해서 관리해 온 자신의 스타일이 있고, 본인 스스로가 자신에 대해 너무 잘 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남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여러 가지 제안만 하고 끝나는 일들이 많다.
난 잠시 생각을 하다 “머리를 짧게 자르시면 어떨까요?”라고 도발적으로 조언했는데 그녀는 몇 초 머뭇거리다 “그럴까요?”라고 대답했다. 그녀의 빠른 대답에 나는 놀라웠다. 보통사람도 머리를 자른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의 대답 이후 난 그녀와의 벽이 걷히고 내가 생각하는 그녀의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 했고 너무 놀랍게 나의 제안들에 동의를 했다.
그 날 내가 제안한 것들은 오드리 헵번 스타일의 짧은 머리, 조금 더 밝고 투명한 얼굴, 부드러운 파스텔톤의 의상을 코디해보라는 것이었다.
며칠 후 난 그녀와 함께 내가 다니는 미용실에 가서 그녀의 머리를 잘랐다. 아마 얼마 후면 짧은 머리를 한 그녀를 TV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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