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전부터 미스코리아 대회는 '성 상품화' '외모 지상주의 조장'등 부정적인 딱지표가 붙게 되었다. 그 영향으로 대회 중계도 지상파 방송에서 밀려나 케이블 방송으로 하게 되었는데 케이블 방송조차 거센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과연 미스코리아 대회는 부정적이기만 한 것일까?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현명한 일은 단점만을 크게 부각시켜 미스코리아 대회 자체를 장외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단점을 개선하여 좀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올림픽, 월드컵이 세계인들의 축제이듯이 국제 미인대회도 세계인들의 축제이다. 적어도 내가 현장에서 본 바로는 국제 미인대회는 올림픽에 버금가는 세계대회이다. 금메달 수가 나라의 힘이 되듯이 미스 유니버스 타이틀도 힘이 된다.
일본의 경우는 진주 생산가공업체 미키모토와 자동차 회사 도요타가 매년 후원자로 나선다. 미스 유니버스 대회는 아카데미 시상식, 슈퍼볼 게임과 더불어 시청률이 가장 높은 3대 특집 생방송으로 미국 전역과 주최국에 생방송되고 이후로도 두고 두고 여러 나라에서 방영되기 때문에 광고 효과를 노린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도 몇 년 전부터 국제 미인대회 출전·유치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 미인대회의 중요성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인들의 축제란 의미 있는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국내 대표를 뽑는 미스코리아 대회 자체는 존재가치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5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미스코리아의 진정한 상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조차 국제 미인대회에 참가한다는 의의 정도로 만족하는 것 같다.
특히 '미의 사절'이라는 미스코리아의 취지처럼 미를 통한 외교, 홍보, 자선활동 프로그램이 미흡한 것 같다. 물론 초반에는 몇 가지 자선행사에 참가하긴 하지만 일회성 구색 갖추기일 뿐이고, 그 후부터는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반면 미스 USA의 경우, 뽑히는 순간부터 1년 스케줄이 모두 잡히고 그에 따른 생활 여건이 보장된다. 에이즈 관련 행사에 빠짐없이 얼굴을 내밀어야 하고, 고등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연설도 자주 한다. 그리고 각종 자선패션쇼, 디너쇼로 여행 스케줄이 빡빡하다. 작년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참가했을 때 만난 미스 USA 수지는 자신을 '즐거운 계약 노동자'라며 개인 시간을 전혀 못 낼 정도로 임무가 많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일을 하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했다. 자부심에 넘치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한 가지 안티 미스코리아에 대한 바람이 있다면 미스코리아를 따끔하게 질책하되 좀더 넓은 시각에서 보아주었으면 한다. 미스코리아 대회는 34―24―34의 늘씬한 몸매만 최고라고 말하려는 것도 아니고 다들 미스코리아처럼 예뻐지라고 강요하려는 것도 아니다. 미모와 지성을 잘 닦아온 여성을 값지게 여기고 국제 미인대회에 가서도 한국을 위해 열심히 해달라는 격려의 메시지가 담긴 축제인 것이다. 축제는 축제로서 즐기면 된다.
그리고 미스코리아가 그 타이틀의 힘을 더욱 의미 있는 곳에 쓸 수 있도록 함께 아이디어를 짜냈으면 한다. 진정한 안티는 미스코리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로 팽팽하게 마주한 평행 상태에서 서로 약간의 각도만 조절한다면 언젠가 두 평행선은 한 점에서 만날 것이다.
/금나나 2002 미스코리아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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