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2개 병원의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8,000여명(노동부 집계)이 10일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돌입, 혈액 및 식사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병원업무가 일부 차질을 빚었다. 하지만 파업이 비번 근무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응급실 중환자실 등의 필수인력은 제외돼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당장 큰 피해는 없었으나 3교대 근무인 병원 특성상 파업이 3일 이상 장기화할 경우 전반적인 진료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노사는 이날 오후 7시부터 고려대안암병원에서 교섭을 재개했으나 주 5일제 근무협상에서 의견접근을 보이지 못해 비정규직 문제나 임금 등 대부분의 노조 요구안은 아직 손도 대지 못하고 있다.
직원 3,000여명 가운데 2,100여명이 조합원인 서울대병원은 이날 오전 파업 돌입과 동시에 본관 2층에서 300여명이 농성을 시작했다. 그러나 외래환자 접수 창구와 응급실은 정상 작동돼 큰 불편이 없었다. 병원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 하루 110여건에 달하던 수술 건수를 69건으로 줄였다. 다만 영양실 인력 가운데 파업 참가자가 많아 식사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환자들이 도시락을 시켜 먹기도 했다. 고대안암병원도 영양실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 대체인력을 긴급투입했다. 대형병원은 별 어려움이 없었으나 경기와 경남적십자혈액원은 조합원 거의 대부분이 파업에 참가하는 바람에 혈액공급이 상당부분 이뤄지지 않았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지금은 괜찮은 상황이지만 파업이 장기화하거나 참가 인원이 늘어날 경우 외래환자를 줄이고 급하지 않은 환자는 퇴원시키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새벽 보건의료 노사는 근로시간을 노조 요구대로 하루 8시간, 주 40시간으로 하되 토요근무 및 기타 근로조건은 각 병원 노사자율로 합의한다는 내용의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안을 거부, 협상이 결렬됐다. 중노위는 이에 따라 '응급실 등에 필수인력을 유지하고 다수의 병원이 일시에 쟁의행위를 하지 않을 경우 직권중재에 회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조건부 직권중재 보류 결정을 중노위 출범 이후 처음 내렸다. 이 결정에 따라 조합원들은 오전 7시부터 합법파업에 돌입했다. 또 사측이 산별교섭에 참여하지 않아 쟁의행위에 들어가면 불법파업이 될 가능성이 있는 중앙대의료원 서울아산병원 등 23개 병원은 상근 조합원만 참가하거나 휴가를 내고 파업에 동참하는 등 부분파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중노위는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직권중재에 회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노사가 주목하고 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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