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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매운 맛집 5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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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zine Free/매운 맛집 5選

입력
2004.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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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날씨에 지치기 쉬운 계절, 무엇을 먹어야 입맛이 살아날까? 기운까지 펄펄 솟게 한다면 금상첨화이고….지혜로운 선조들은 더위에 시달리는 후손들을 위해 일치감치 ‘이열치열(以熱治熱)’이란 말을 남겼다. 푹푹 찌는 날, 얼이 빠지도록 매운 맛에 빠져보자. 땀과 눈물이 뒤범벅이 되고 입에 불이 날 지경이 되면 오히려 성취감과 함께 상쾌함이 느껴진다.

10년만의 무더위가 예고된 요즘, 전국 곳곳에 매운 맛 열풍이 분다. 무진장 매운 갈비, 엽기 눈물 닭꼬치, 고추 자장면, 매운 꽃게구이, 그리고 베트남 고추까지. 따져보면 원래 맵게 먹는 메뉴가 아닌데도 맵게 만드니 더 맛깔스럽기만 하다. 음식이 가진 고유의 향에 매운 맛까지 더해지니 더 매력적인 걸까!

맵다고 소문난 음식을 먹어 보기 위해 사람들은 천리 길도 마다 않고 달려 온다. 발바닥에 난 불(?)이 입안까지 이어지는 것은 당연지사!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혀가 타는 듯 입안이 얼얼해지고 눈물이 핑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괴로워하는 것 같은데 모두들 얼굴 표정은 흐뭇하기만 하다. 눈물 없이 먹을 수 없는 매운 맛 사냥, 지금 떠나보자.

●무진장 매운 갈비-온돌집 (02)521-2104 서울 서초동 코리아나화장품 빌딩 뒷골목

우리나라에서 가장 매운 음식을 꼽는다면? 낙지나 아구찜이 아니라 매운 갈비찜이 1순위 후보다. 온돌집의 갈비찜은 어찌나 매운지 이름도 ‘무진장 매운…’이다. 갈비를 한 입 베어 물고 양념 국물을 맛 보면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는 듯 깬다. 이마에 땀이 나고 입안이 뜨거운 것은 물론.

원래 매운 찜갈비는 대구 음식. 동인동의 찜갈비촌은 마늘을 듬뿍 사용해 매운 맛을 낸다. 그러나 온돌집 매운 맛은 이 보다 몇 수 위다. 냄비 바닥에 삶은 감자를 놓고 매운 양념과 육수, 그리고 갈비를 얹은 후 식탁 위에서 직접 끓여 먹는데 ‘이보다 더 매운 맛 있으면 나와봐’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매운 맛은 주인 이춘풍(58)씨가 만든 양념에서 나온다. 청양고추와 피망, 할라피노 등 여러가지 종류의 고추를 섞어 일정 기간 숙성시킨다. 매운 맛이 심하다고 표현하기 보다는 깊다는 느낌이 정확하다. 과일과 야채 소스와 같이 숙성시킨 탓에 매운 것으로 그치지 않고 달콤한 뒷맛이 나는 것도 좀체 경험하기 힘든 맛이다. 숙성시키는 과정에서 더 매워지면서 맛이 더 깊어진다고.

무진장 매운 갈비는 우연히 탄생했다. 원래 요리하기를 즐기던 이씨가 아들들을 위해 매운 찜갈비를 해줬는데 ‘워낙 맛있다’는 주위 평판에 2년전 보증금 1,000만원에 지하실을 빌려 식당을 냈다. 지금도 주말이면 저녁 9시면 준비한 재료가 떨어져 주문을 받지 못할 만큼 손님이 밀려 든다.

매운 맛, 아주 매운 맛, 무진장 매운 맛 등 매운 단계별로 3가지 맛을 고를 수 있다. 무진장 매운 맛은 손님의 10%만이 맛본다고. 이 보다 더 매운 ‘무섭게 매운 맛’은 어찌나 매운지 1주일에 한 명 꼴로 찾는다고 한다. 1인분 1만2,000원. 3명이서 2인분을 시켜 먹기에도 충분하다. 먹다 남으면 포장도 해준다.

●매운 고추쟁반자장면-송죽장 (02)2631-9184 서울 영등포로터리 경방필백화점 옆

짬뽕이 맵다면 이해가 되지만 자장면도 매울 수 있을까? 송죽장에서는 그렇다. 청양고추를 사용한 이 집 고추쟁반자장면은 향기부터 일반 자장면 같지 않다. 고소한 자장과 매울 듯 말 듯 코끝을 자극하는 고추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그간 다른데서 경험해 보지 못한 맛을 낸다.

면발 위에 고춧가루만 듬뿍 뿌린다고 자장면이 맵지는 않다. 자장이 매워서 자장면이 맵다. 자장 소스를 볶을 때 청양고추를 같이 넣고 볶는다. 청양초는 얇게 써는 것이 원칙. 그래야만 면발에 달라붙어 매운 맛이 스며든다고. 화교인 김정일 조리장은 “맵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매우면서 맛있어야만 젓가락이 자꾸 간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장을 면에 비비는 것이 아니라 면과 함께 볶아 고소하면서도 매운 맛이 살아나도록 했다. 먹다 보면 땀이 뻘뻘 난다. 쟁반에 2인분으로 나오는데 9,000원.

영등포에서만 50년 된 이 집은 화교인 신무송 전 화교외식업협회장이 운영하던 중식당. 지금은 장남인 신연경씨가 맛을 잇는다. 방송, 연예인들이 많이 온다. 고추짬뽕도 맵다. 5,000원.

●매운 꽃게구이-신촌 (02)335-7366 서울 신촌 굴다리 인근 골목

꽃게는 보통 담백하게 쪄서 먹는 것이 상식. 그런데 신촌에서는 매운 양념을 발라 구워서 먹는다. 맥반석 달군 돌 위에 놓고 직화(直火)로 구워 먹는데 꽃게에 묻은 양념까지 구워져선지 매우면서도 고소하다. 이름도 매운 동네 ‘신촌(辛村)’이다.

매운 맛은 고춧가루 소스에서 나온다. 중국 쓰촨 고춧가루와 청양고추를 반반씩 섞어 야채 과일 소스에 버무려 쓰는데 청양고추 한가지만 사용할 때 보다 더 매워진다고. 찜통에 미리 쪄 놓은 꽃게에 양념을 버무려 구워내는데 껍질에 묻은 양념을 혀에 대보면 매운 맛이 더하다.

주인은 군 제대후 조리사 경력 10년의 문태명씨. 워낙 술을 좋아해 제대로 된 안주를 내놓는 주점을 못찾아 직접 실내 포장마차격인 ‘신촌’을 냈다. 멸치 다시 육수에 야채와 계란, 전분을 넣고 끓인 계란탕은 걸쭉하고 담백해 매운 맛을 식혀준다. 갑오징어 참소라 새우 등 해물에 들어가 있고 날치알이 가운데 맨 위에 보기좋게 얹혀진다. 1만2,000원. 닭똥집, 닭곱창 닭발 등 모듬은 1만~1만3,000원.

●베트남 고추와 닭불갈비 (031)719-7122 경기 분당신도시 수내동

작고 가늘지만 매우면서도 새콤한 맛. 분당의 구이집 ‘화화’에서는 월남초, 일명 땡초라고도 불리는 베트남고추와 닭불갈비를 함께 먹는다. 물론 삼겹살도 마찬가지. 고기 한 점에 월남초 한 개를 얹어 입 안에 넣으면 고기의 쫄깃 고소함과 고추의 매서운 맛이 입맛을 더 돋워준다. 매운 양념을 한 닭갈비살도 숯불화로에 구워선지 더 구수하기만 하다. 8,000원.

월남초는 절여서 나오는데 색깔이 노르스름하면서 맛은 새콤하다. 원래는 더 매운데 절인 탓에 매운 맛이 순해진 편. 손님들은 하루만 월남초가 없어도 금새 등을 보인다. 빨리 익는 석쇠, 훈제가 잘되는 석쇠 등 기호에 따라 3가지 석쇠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식사로 김칫 국물에 김치와 밥을 같이 넣고 냄비에 끓여낸 김칫국밥은 별미로 인기 높다. 2,000원.

●눈물콧물 엽기 닭꼬치-꼬지닭컴 (02)465-1650 서울 화양리, 동국대 후문(노점)

부산 대학가에서 맵기로 유명한 닭꼬치가 서울 대학가에 상륙했다. 그릴에서 바비큐 소스를 발라 구운 닭꼬치에 매운 양념을 발라 먹는데 처음 먹는 사람은 한 입만 베어 물어도 입 안에 불이 난다. 눈물 콧물이 나는 것은 기본. 그래서 이 집 닭꼬치는 ‘엽기 닭꼬치’라 불린다.

매운 맛은 강도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준다. 매운 순서로 콧물, 눈물, 눈동(눈물 동생), 눈빼(눈물 빼고), 메달(메콤 달콤), 순달(순하고 달콤) 등의 순이다. 등급을 고르면 주인 변상봉씨가 그에 맞는 소스를 발라 준다. 맵기로 유명한 고추 품종만을 골라 소스를 만드는데 12가지나 된다고. 손님 절반이 ‘콧물’을 고른다. 이 보다 더 매운건 ‘베스트 로얄’인데 변씨는 부산대 앞에서만 판다고 한다. 노점 형태로 지나가는 학생들이 간식으로 많이 사 간다. 1,200원.

/글·사진=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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