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드라마 대본이나 희곡 극본에 나오지 않는 즉흥적인 말의 연기를 애드립이라고 한다. 임기응변식의 연기가 되겠다. 애드립이 이상하면 영화나 드라마의 경우는 그 부분을 다시 찍으면 된다.문제는 연극이다. 인생은 연극이라는 말이 있지만, 공연 시간만큼은 오히려 연극이 인생보다 더 엄격한 부분이 있다. 공연 중 절대 실수를 해서는 안 되고, 실수를 하더라도 그 부분을 다시 연기할 수가 없다.
얼마 전 시인 공광규, 소설가 하성란, 희곡작가 손정희와 함께 오래도록 맥이 끊겨 있던 '문인극'을 다시 선보였다. 우리 작품에 우리가 출연한 것이다. 그런데 시인 공광규가 여러 군데에서 대사를 잊어버렸다. 소주 한병 사 들고 동생 집을 방문한 형의 역할이었는데, 봉지에서 소주병을 꺼내는 순간 대사를 잊어버렸다. 소주병 역시 먼저 연습을 하는 동안 뚜껑이 달아나고 없었다. 그러자 이 애드립의 왕자가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이렇게 치고 나왔다. "너희 집 앞 슈퍼는 참 이상하네. 소주도 뚜껑 열어서 파냐?" 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그날 우리는 이 애드립의 왕자를 그의 성을 따서 '공공의 적'이라고 불렀다.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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