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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공동善 지킴이 서영훈 <57> 대한적십자 22대 총재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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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력서]공동善 지킴이 서영훈 <57> 대한적십자 22대 총재 취임

입력
2004.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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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적십자사로 되돌아오게 된 것은 나의 천직으로 복귀한 것이요, 과거 30년 동안 봉직하면서 못다한 뜻을 잘 구현해 보라는 소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01년 1월3일 22대 총재 취임식을 조촐하게 갖고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많은 신문이 '제 고향에 돌아왔다' '친정으로 돌아왔다'고 쓰면서 격려해주었다. 나는 북한이 고향이지만 한적 사택에서 오래 산 인연으로 호적상 본적지가 한적 본사 소재지인 서울 중구 남산동 3가 32로 돼있고, 그 자리에서 29년 동안 청·장년 시절을 보내 감개가 무량했다.제일 먼저 한 일은 실무의 총책임을 질 사무총장을 고르는 일이었다. 한적 안팎에서 여러 사람이 천거됐다. 다 내가 전에 같이 일해 본 잘 아는 후배들이었다. 나는 취임식 날 오후에 각 지사 사무국장을 포함한 본사 과장급 이상 간부 43명을 모아놓고,"여러분들이 가장 적임자를 추천하시오"하고는 그 자리에서 비밀 투표를 하도록 했다. 아무런 예고도 하지 않았다. 4명이 추천됐는데 그 중 이영구(李榮九) 서울지사 사무국장이 과반수 득표를 했다. 그 자리에서 이 국장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입이 무겁고 의리가 있는 그는 내가 총재직을 마칠 때까지 나의 파트너로 열심히 일했다.

국제적십자운동이 시작된 지 140여년이 흘렀지만 인도 공평 중립 독립 봉사 단일 보편 등 7대 원칙 하에 인도주의 사업을 수행한다는 그 기본 정신과 원칙에는 변함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사회가 변화, 발전함에 따라 적십자사의 임무와 과업들도 새롭게 발전돼야 한다는 것을 잘 아는 터라 직원들에게 그러한 연구와 노력을 강조했다.

역시 이러한 일들을 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 어려운 과제였다. 별도 회계로 운영하는 혈액사업을 제외한 모든 사업은 국민이 내는 적십자 회비로 충당된다. 몇 해 전부터 부분적으로 시범 실시하던 회비 자진납부제도가 내가 취임한 해부터 전면 실시됐다. 나는 특별히 자진해서 연 2만원 이상의 회비를 내는 특별회원을 늘이기 위해 노력했는데 2001년 20만 명에서 지금은 33만 명으로 늘어나 이들이 내는 회비가 약 100억원에 이르게 됐다.

나는 각 지사를 열심히 순회하면서 여러 사업을 독려했으며, 특히 약 7만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조직을 더 결속시키고 그들의 봉사의욕을 돋구는데 많이 노력했다. 그 중에서도 여성봉사자문위원회의 활동이 눈부셨다. 삼성과 현대의 안주인인 홍라희(洪羅姬) 장정자(張貞子)씨, 불우소년들을 위해 오래 봉사해온 이춘조(李春朝)씨 등과 한적 중앙위원인 각 부처 장관 부인들이 바자회를 한번 열면 3억∼4억원씩 모금되곤 했다. 총재를 보좌하는 두 부총재는 전임 총재 때 임명된 봉두완(奉斗玩)씨와 장정자씨였는데 1년 후 이세웅(李世雄) 홍소자(洪昭子)씨가 선임돼 내가 임기를 마칠 때까지 참으로 유능하고 열성적으로 일해주었다.

그 해 5월에 스페인적십자사가 세계적십자운동에 공로가 큰 4명에게 주는 '골든메달' 수상자로 뽑혀 그 메달을 받기 위해 유럽에 갔다. 그 길에 4반세기 만에 제네바의 국제적십자연맹을 방문하니 옛날 있었던 분들은 모두 자리를 떠나고 없어 격세지감을 느꼈다. 내가 청소년적십자국장으로 일할 때 연맹 아시아국장으로 친하게 지냈던 킹슬리 시브라트남 박사도 은퇴해 있었는데 내가 총재가 돼 온다는 소식을 듣고 옛날 친구인 나를 만나러 스리랑카에서 제네바로 날아와 감회 깊은 재회를 했다. 특별히 한국을 좋아했던 그와 함께 알프스 산맥의 마터호른에 오르니 시 한수가 떠올랐다.

瑞西行至摩陀屹/昻然直聳碧空中/四圍連峰萬年雪/峨峨獨秀君威容/帶雲上下如錦衫/悠然自適興仙情/奇壯造化眞面目/仰而忽覺心快淸(스위스행 차에 찾아온 마터호른/우람찬 모습으로 벽공에 우뚝 솟았네/사방에 둘린 봉우리 만년설을 이고 있는데/그 중에도 가장 빼어난 그대의 위용일세/허리에 휘감은 구름떼 흰비단 옷소매같고/유유자적한 멋진 모습 신선의 정취를 돋구네/아 기장한 조화의 참면목/ 우러러 쳐다보니 어느덧 마음속 쾌청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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