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배낭족들차량이 꼬리를 물고늘어선 만성정체의 출근길에, 소파에서 뒹굴며 하릴없이 드라마 재방송을 보면서, 혹은 시험 때만 북적대는 도서관에 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무료한 일상 에 마냥 짜증만 내고 있나요, 아니면 지중해 청년이 갖다 주는 달콤한 피나콜라다를 마시며 바라보는 청록 바다를 꿈꾸고 있나요?
무작정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 때입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타지에서 다른 얼굴, 다른 언어, 다른 풍습, 다른 음식을 접하며 선의를 서로 주고받는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상큼합니다.
이국의 풍물을 비춰주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며 ‘어디 한번’이라고 즐거운 상상을 하다가도 ‘내가 어떻게’라는 생각에 여행의 꿈을 접으셨다면 이제 용기를 내보세요. 여행을 즐기는 이들은 “떠나는데 필요한 것은 약간의 경비와 최소한의 정보, 그리고 ‘자발적 이방인’이 돼보겠다는 마음 뿐”이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과감히 여행을 떠난 이들을 만났습니다. 각각 다른 동기와 사연을 지니고 떠난 이들은 여행의 기억이 열심히 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말하며 ‘당신도 과감히 떠나라’고 등을 밉니다.
외국어가 짧다거나 나이가 많다며 망설이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고 그들은 말합니다. 돈? 그것도 결정적 장애가 아니라고 그들은 말합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고, 그 길엔 이방인을 친절히 맞는 지구촌 식구들로 가득하다고 그들은 말합니다.
1960~70년대 배낭 하나 달랑 매고 온 지구를 여행하며 ‘세계의 나그네’라 불리기 원했던 고 김찬삼씨는 “셰익스피어는 ‘인생은 배우, 세계는 무대’라고 했지만 나는 세계가 무대라기보다 ‘수양의 도장’이라는 생각에 여행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 어떤 교과서나 선생님보다도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는 여행은 언제 어디로 떠나도 많은 것을 선물로 안겨주지요.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에 이끌려 나는 긴 여행을 떠났다. 낡은 외투를 입고 모든 것을 뒤로한 채….’
터키의 옛 노래에 나오는 가사라고 합니다. 팍팍한 일상을 잠시 접고 자신의 마음 속에서 울리는 북소리를 따라 홀연히 떠나보지 않으실래요?
/글=김신영기자 ddalgi@hk.co.kr
/사진=최종욱기자 juchoi@hk.co.kr
■길 위에서 생긴 일들
배낭여행 다녀온 사람들끼리 모이면 군대 갓 제대한 사람들처럼 왁자지껄하다. 여행지에서 겪은 흥미진진한 체험과 약간은 과장을 보탠 무용담은 여행에서 얻은 또 하나의 선물이다.
6명의 젊은이들이 배낭 여행 가서 생긴 일을 털어놓았다. 낯선 곳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아기자기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시골 마을 인심은 어디나 좋아요
특이한 경험을 하고 싶어 버스나 기차 대신 걸어서 체코 국경을 넘었다. 국경 마을인 체스키 테신에서 프라하까지 가는 기차를 타려는데 요금이 250CK(약 1만1,000원)이나 부족했다. 야간 열차에 일단 무임승차 해 차장과 담판을 지어야겠다 생각하고 마을을 구경했다. 작은 마을이라 현금인출기도, 밥 먹을 곳도 없는데다 토요일이라 아무리 걸어도 사람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밤이 깊어지자 추위가 몰려왔다. 눈에 보이는 바에 들어가 '춥다'는 몸짓을 하니 그냥 있으라 했으나 오후 9시가 되자 문을 닫는다며 나가라 했다. 길을 헤매다 불 켜진 카페를 발견했지만 너무 비쌀 것 같아 지나치려는데 안에서 사람이 나왔다. "난 돈이 조금 밖에 없다. 제일 싼 걸로 달라"고 했더니 "배고프냐"고 되물었다. 그렇다고 하자 베이컨과 햄이 곁들여진 샌드위치에 생크림이 얹어진 코코아까지 주는 것이다. 사정을 얘기했더니 위스키 한잔에 돈까지 쥐어주며 좋은 여행이 되라고 했다. 차장이 무섭게 생긴 개를 대동하고 살벌하게 표 검사를 하는 열차에 다리 뻗고 자면서 작은 마을의 따뜻한 인심에 한없는 고마움을 느꼈다. 류미진(29·회사원)
월드컵의 감동은 계속됩니다
여행을 마무리하고 뉴욕행 비행기로 돌아가야 했던 나는 비행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른 시간 마드리드 공항으로 향했다. 그런데 내가 타기로 한 항공기 입국 수속대가 닫혀있는 것 아닌가. 직원 말로는 뉴욕에 폭설이 내려 항공편이 취소되고 두시간 전 아틀랜타 행으로 대체됐으며 항공사 직원들이 모두 퇴근했다는 것이다. 달리 방도가 없어 공항에서 호텔리스트를 뽑아 찾아 다녔지만 3일 연휴라 묵을 곳도 없었다.
식당도 모두 4시에 문을 닫아 주린 배를 움켜쥐고 거리를 헤매는데 거대한 회색 빌딩이 앞을 가로막았다. 콜로세움보다 더 웅장하고 유럽에서 본 어느 성보다도 거대한 그 건물은 바로 '레알마드리드' 축구 팀의 홈 구장. 외로움과 배고픔에 괴로워하다가 축구장을 마주치자 갑자기 월드컵 때 일이 떠올랐다. '이처럼 거대한 스페인 축구 팀을 물리친 대한민국의 딸이 이 정도쯤 못 이기겠냐'는 생각에 갑자기 용기가 솟았다. 결국 공항에서 밤을 새고 다음날 비행기를 타고 돌아오며 항공사에서 장문의 사과편지와 무료 항공권까지 받았다. 류선숙(27·유학생)
진작 좀 믿어주면 좋았을 것을
터키에서 그리스로 들어갈 때의 일이다. 귀국을 며칠 남기지 않아 있는 돈을 몽땅 긁어 깔끔하게 써버린 후 배를 타고 그리스 키오스 섬에 내려 입국수속을 받았다. 검사하는 이가 나에게 현금이 있냐고 묻길래 아무 생각 없이 빈 지갑을 내보이며 웃었더니 돈이 없으면 입국할 수 없다고 했다. 내가 "신용카드가 있다. 현금 인출기만 있으면 바로 돈을 뽑을 수 있다"고 카드를 내보였더니 "도대체 여기 한국 은행이 어디 있냐"며 터키로 돌아가라고 했다.
"아테네로 돌아가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한다"고 사정하자 비행기표를 보여달란다. 티켓 끊을 때 임시로 써놓고 전화로 날짜를 받아놓은 지라 티켓에 있는 날짜는 이미 지나버린 상황. 아무리 열심히 설명을 해도 공항 직원은 나를 믿을 수 없다며 사무실로 따라 들어오라고 했다. 각종 신상 명세를 작성하며 비행기표를 다시 보는데 비행기 티켓 봉투에 붙여진 대기 항공편 스케줄이 눈에 띄었다. 날짜별로 비행기편명, 시간 등을 출력해 붙여둔 것과 확정된 날짜에 동그라미친 것까지 보여주자 직원이 무서운 눈을 부라리며 날 보고 "가라(Go)!"고 했다.
"땡큐"를 연발하며 그리스로 들어가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잔뜩 뽑고 배를 타러 걸어가다가 출입국 관리소를 보니 아까 그 무서운 직원이 나와 있었다. 내가 티켓을 흔들며 웃자 그가 갑자기 순진한 미소를 머금고 한마디 했다. "난 너를 믿어(I believe you)!" 이은영(37·회사원)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다
알래스카 고속도로를 따라 '히치 하이킹'을 하며 캐나다 북부 지방을 여행할 때였다. 날이 저물어 텐트를 칠 장소를 찾는데 마침 인디언 마을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잘 곳을 구해보고자 마을로 가는데 자전거를 탄 중년 인디언이 내쪽으로 오는 것이 보였다. "나는 한국인이고 알래스카로 가는데 오늘 너무 늦어 잠자리가 필요하다"고 하니 "내 이름은 켄(Ken)이다. 돈이 있냐"고 되물었다. "내 몰골을 봐라. 없다"고 하자 매우 빠른 영어로 답하는데 도저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무조건 "예스"를 외치자 욕실과 주방을 알려주며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다.
일주일 만에 샤워를 하고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는데 새벽 3시가 되자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켄이냐"고 물었더니 술 취한 목소리가 계속 소리만 질러대길래 서툰 영어로 "당신 목소리는 켄이 아니다. 켄이 아니면 절대 열어줄 수 없다!"고 말하고 다시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집 앞을 나서려는데 앞집 주인이 와서 나를 핀잔했다. 내용은 "왜 새벽에 문을 열어주지 않았냐. 켄은 이 집 주인의 동생이고 앞 마을에 산다. 집주인이 진짜 화나서 갔다"고 말해주었다. 그 추운 밤 이상한 사람에게 보금자리를 뺏긴 켄의 형에 대한 미안함이 몰려왔다. 이한상(28·회사원)
정말 졸린 건 아니지만….
유럽 열차에 탔을 때 마주앉은 사람이 비슷한 또래의 여행객, 특히 동양인이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이날 만난 여행객은 일본 남자였다. 처음에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하는데 그는 일본인답지 않게 영어를 매우 잘 했다. 그러고는 갑자기 한·일관계에 관한 문제를 꺼내며 "왜 너희 젊은이들은 아직도 일본을 싫어하느냐,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떠듬떠듬하며 간신히 "너의 할머니가 비슷한 일을 당했어도 아무렇지 않겠냐"고 맞받아쳤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지금의 남북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우리나라 말로 해도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를 어떻게 영어로 할 수 있으랴. 할 수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말 중 자신 있는 말, "나 잠 와서 잘 거다(I am sleepy. I will sleep)"를 외치고 눈을 감았다. 서울로 돌아오자마자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물론 한 달을 넘기진 못했지만…. 류재환(30·회사원)
오페라의 유령, "끝난 거 아냐?"
대부분의 배낭여행객과 마찬가지로 나의 유럽 여행도 런던에서 시작됐다. 회사에 사표를 내고 퇴직금으로 혼자 떠났기에 시원하고 의기양양한 마음이었다. 여행 둘째 날 예약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작고 아담한 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했는데 샹들리에가 떨어지고 관객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칠 때 나는 극장을 나섰다. '런던에는 워낙 유명한 작품이 많아 박수도 간략하게 끝내는군'이라는 생각이었다.
뮤지컬의 감동을 음미하며 숙소를 향해 가는데 뭔가 이상했다. 2시간30분이라는 공연이 1시간30분만에 끝난 것도 그렇고 극장에서 나와 길을 걷는 이는 나 밖에 없는 것도 미심쩍었다. 아차 싶어 서둘러 돌아가니 막 2부 공연이 시작되려는 참이었다. 마치 잠시 자리를 비운 듯 태연한 표정으로 좌석에 앉아 가슴을 쓸어 내리며 남은 공연을 봤다. 여행안내 책자에 '샹들리에가 떨어지는 마지막 장면이 일품'이라는 말이 화근이었다. 혹시 저자도 나처럼 중간에 박수치고 나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영민(29·회사원)
■아는 만큼 아낀다
아무리 '자린고비' 여행스케줄을 짜도 기본 의식주는 해결해야 하는 만큼 객지에서는 늘 한푼이 아쉽다. 출발부터 도착까지, 30일 유럽 배낭여행을 기준으로 돈 새는 구멍을 막는 방법을 살펴보자.
항공권 160만원→100만원
여행 경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항공료다. 인천공항에서 유럽을 왕복할 때 국내 항공사 직항 가격은 160만원선. 그러나 한 곳 정도 경유할 여유가 있고 출발일자가 확실하다면 해외 항공사의 경유 항공편이 훨씬 저렴하다. '투어익스프레스(www.tourexpress.com)' 등 여행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항공권 가격비교 서비스를 이용하면 100만원 이내의 항공권을 찾을 수 있다.
유레일패스 105만원→57만원
유럽 여행의 필수품 유레일 패스는 여행 날짜에서 8∼9일을 뺀 것을 구입하자. 도착과 출발지에서 보낼 며칠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야간열차에서 간이 침대칸인 쿠셋(cousette)을 이용할 계획이어서 1등석이 필요 없고 만 26세 미만이라면 '유스(youth)' 할인권을 구입할 것. 한달 여행을 기준으로 30일짜리 1등석을 구입하면 890달러(약 105만원)지만 21일짜리 유스 할인권을 구입하면 449달러(약 57만원)로 400달러 이상 아낄 수 있다.
숙박비 128만원→57만원
30일 유럽 배낭여행을 기준으로 야간열차에서 이동하는 것을 제외하면 약 20일 정도는 숙소를 구해 자야 한다. 유럽의 웬만한 호텔은 2인 기준 1박에 90유로가 넘는다. 호텔을 이용할 생각이라면 여행사 호텔팩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 경비를 아끼면서도 편한 여행을 하고 싶다면 유스호스텔이나 민박이 제격이다. 모두 20∼25유로(약 3만5,000원) 정도로 싼데다 코인 세탁기나 인터넷 같은 여행객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관련 인터넷사이트 참조)
여기서도 아끼세요
유럽내 대도시 사이를 이용하려면 기차보다 항공편이 편하고 저렴할 때가 있다. 유럽내 주요 공항을 연결하는 '이지젯(www.easyjet.com)'과 '라이언에어(http://ryanair.com)'에서 날짜와 조건만맞으면 1만원 미만의 항공권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이지젯에서 운영하는 '이지카(www.easycar.com)'와 독일에 본사를 둔 '직스티(www.sixti.de)'는 저렴한 렌터카 서비스. 직스티의 경우 하루 최저 5유로(약 7,000원) 정도면 차를 빌릴 수 있다. 런던과 주요 외곽도시를 연결하는 버스 서비스 '메가버스(www.megabus.com)'는 영국 관광청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승차비가 1파운드(2,000원) 정도다.
■ 길은 나이를 묻지않는다
'여행의 목적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지니는 것이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떠나기 전과 다른 시각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느끼는 기분 좋은 외로움과 한 걸음 뗄 때마다 펼쳐지는 낯선 풍경…. 여행 길에 떨어져 있는 많은 보물을 하나 둘 챙기다 보면 떠날 때의 모습과 전혀 다른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팍팍하고 끈적한 일상의 찌꺼기들을 과감히 떨치고 용감하게 떠난 이들을 만났다. 이들은 시간과 혈기가 넘치는 대학생도, 호사스런 취향을 충족시키려는 부자도 아니다. 그저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과 문물을 만나고 싶어, 떠나고자 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홀연히 과감히 여행 길에 나선 이들이다. 우리들 마음 속에 꾹꾹 눌러 놓은 '역마살'을 자극할 평범한 남녀 세 명의 위풍당당한 여행 이야기를 들어보자.
50대, 새로운 삶은 시작됐다 신길우씨
'사람은 누구나 가슴 속에 응어리 같은 것을 심고, 또 삭이면서 살아간다. 나도 내 젊음을 살면서 쌓여온 가슴 속 응어리들을 풀 수가 없었다. 그 알지 못할 응어리는 세월이 가면서 더욱 쌓여만 갔고 쉬는 날이면 가슴이 마냥 터질 것만 같아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떠나자. 이래서는 안 된다. 떠나야겠다.'
1991년부터 여행에 빠져 10년간 홀로 세상 유랑을 멈추지 않고 있는 신길우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30세기 카페(www.unigos.com)'에 적힌 문구다.
종업원 20∼30명을 데리고 작은 메리야스 공장을 운영하던 신씨의 삶을 뒤흔든 것은 외환위기보다 더 무서웠다는 두 차례의 오일쇼크. 1973년과 79년에 일어난 전 세계적 경제난을 작은 회사가 비껴갈 순 없었다. 은행이자는 연 30%를 웃돌고 그나마도 문턱이 높아 여기저기서 연 50%대 이자의 사채를 끌어다 썼다. 그 결과 회사 부채는 1년 후 2배로 늘어났다. 그는 '차라리 죽거나 교도소에 가버릴까' 생각도 했지만 가족들이 눈에 밟혀 차마 그럴 수 없었다고 회상한다.
"제가 먹여 살려야 할 가족이 10명이 넘었습니다. 제 자식 4명에 동생 4명, 모두 학생이었죠. 또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 날마다 걸려오는 빚쟁이들의 전화에 받아둔 어음과 수표는 모두 부도가 나서 하루 종일 돈 구하러 다니는 것이 일이었지만 쉽게 삶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부도 직전까지 갔던 회사가 겨울 내의의 주원료인 '나프타' 가격의 폭등으로 극적으로 회생한 직후 신씨는 여행을 결심한다.
"사업 시작하고 기울기를 7년, 다시 올라가기를 7년 하는 동안 십 수년이 흘러 팔팔한 30대였던 저는 어느새 중년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 사이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는 세상을 뜨시고 동생들과 아이들도 하나 둘 제 곁을 떠나갔지요. 하루에 도시락 여덟 개를 싸느라 전쟁을 치르던 늙은 아내만 곁에 남아있더군요. 그 때 퍼뜩 '더 늙기 전에 떠나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을 위해 사는 삶도, 부귀영화도 모두 싫어졌다는 그는 조용히 계획을 세워나갔다. 준비 기간만 2년. 겨우 길 물을 정도의 실력이 된다고 판단했을 때 그는 떠났다. 목표는 세계일주. 여행 시작 전 헌책방에서 구입한 15권짜리 세계사 전집을 수차례 반복해 읽고 중요한 부분은 뜯어 들고 갔다.
1991년 3월 서울을 떠나 미국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떨어짐으로써 시작한 그의 여행은 아직까지 끝나지 않았다. 미국을 시작으로 캐나다, 멕시코, 엘살바도르, 코스타리카, 파나마, 콜럼비아, 페루, 아르헨티나 등 북미와 남미를 돌고 유럽으로 넘어가 영국,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오스트리아, 스위스, 헝가리, 체코, 이탈리아 등 유럽을 거친 후 그리스, 터키, 이집트,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까지 다녔으니 약 30개에 달하는 나라를 찾은 셈이다.
"회사를 그만뒀으니 틈틈이 귀국해 아르바이트로 경비도벌어야 했습니다. 말이 아르바이트지 한 때 '사장님' 소리 듣던 제가 지하철 공사판같이 험한 곳에서 일당 3만원을 받고 일하기도 쉽지 만은 않았지요. 아무리 준비를 하고 떠나도 위험은 곳곳에 있었습니다. 네팔에서는 여권을 잃어버리고 열병에 시달리며 초죽음 상태가 돼 되돌아오기도 했어요. 경비를 아낀다고 한달에 20일 이상 야간 열차와 버스에 몸을 맡기다 보니 발이 퉁퉁 붓고 온몸에 열이 나기 일쑤였지요."
그의 다음 목표는 중국에서 싱가포르로 이어지는 기차 여행과 중동 일주다.
"여행은 사람의 마음이 무엇인지, 우리 삶을 이렇게 괴롭히는 무게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줍니다. 삶이 무엇인지에 대한 완전한 답을 찾을 때까지 저의 여행은 그치지 않을 겁니다."
나이 60에 처녀 시절 꿈을 이루다 박형옥씨
"대학 시절 친한 친구가 그림을 전공했어요. 그림을 못 그리던 나는 도서관에 가서 화집을 구경하는 게 취미였지요. 고흐, 마티스, 칸딘스키 같은 화가들의 그림을 보고 또 보면서 '죽기 전에 이 그림 한번 직접 봤으면…'하고 소망했습니다. 제가 대학 졸업한 때가 1962년이니 그 때는 말 그대로 꿈 같은 얘기였지요.
꼭 예순이 되던 1997년 7월, 주위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뒤로하고 그녀는 표표히 유럽으로 떠났다. 수십 년 동안 마음에 품어온 뜨거운 꿈이 있었기에 거칠 것이 없었다. 그녀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한 후 아들 하나, 딸 하나를 키우며 우리 나라의 여느 어머니처럼 가족을 챙기는데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틈틈이 동남아와 미국 등을 여행했지만 제가 정말 보고싶은 유럽으로 장기간 떠나기를 결심하는 것은 쉽지 않았어요. 그런데 가만 보니 저만 빼고 가족 모두가 하나 둘 유럽에 다녀온 거예요. 딸 아이가 시집가던 해, 이제 저도 어느 정도 할 일을 다했다는 생각이 들어 여행을 선언했습니다. 아들이 '길거리서 잘거냐'며 부랴부랴 호텔을 예약해주고 항공권과 유레일 패스를 미리 구입한 것 외에 모든 일정은 제가 직접 짰지요."
런던에서 시작 브뤼셀, 하이델베르그, 부다페스트, 프라하, 비엔나 등을 거쳐 파리 드골 공항에서 한국 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때까지 그녀는 한시도 쉴 수 없었다고 회상한다. 미술관이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숙소를 나서 하루 종일 원 없이 그림을 보다가 돌아와 곤하게 잠을 자는 일정을 반복하며 평생 꿈에 그리던 그림들을 보고 또 봤다.
떠나기 전 잡은 30일 일정으로 부족해 파리에서 열흘을 더 머물어 40일을 채웠다. 귀국을 위해 공항에 갈 때 한 번 이용한 것 빼고는 택시도 타지 않았고 대부분 걷거나 지하철로 이동했다.
"런던 히드로 공항에 떨어졌을 때 정말 숨이 탁 막혔어요. 40년 동안 품어온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이었으니깐요. 여행지에서 만난 젊은이들이 저를 무턱대고 '할머니'라고 부르는 것도 속상했지만 많은 문화 유산을 즐기지 않고 대충대충 훑고 다니는 것이 가장 안타까웠습니다. 우리 세대들이 꿈같이 느끼며 간절히 바라던 일을 하면서도 그걸 모르는 듯 했으니깐요."
박씨는 마음 속에 여행의 꿈을 품고 사는 모든 여성들에게 두려움을 잠시 접고 과감히 떠날 것을 권한다.
"여행을 다녀온 후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도 저는 그 때의 행복한 마음을 잊을 수 없습니다. 걸을 수 있는 다리만 있다면 그냥 떠나세요. 그들과 거창한 철학을 논할 것도 아니니 기본적인 영어 실력만 있으면 돼요. 저도 손자가 어린이집에 입학하는 내년쯤 스페인과 모나코 일대를 다시 한번 여행할 계획인걸요."
마흔, 진짜 나를 찾게 해준 여행 권혁란 이프 전편집장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 편집장을 지낸 권혁란씨가 한달간 유럽으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날 때의 나이는 서른 아홉이었다. 교사 남편의 아내와 두 딸의 엄마로 전업주부 생활을 하다 큰딸이 초등학교 입학하던 해 전공인 국문학을 살려 문예지 기자로 뒤늦게 사회 생활을 시작한 권씨. 그녀는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한 2002년, 다시 한 단계 도약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여행을 결심한다. 같은 회사에 다니던 선배가 한해 전 남편과 자식을 두고 파리로 유학 간 것에 대한 질투심도 발동했다.
"떠나겠다는 마음이 들자 멈출 수가 없었어요. 회사에 한 달 무급휴가를 요청했죠. 휴가를 안주면 사표를 쓰겠다고 떼를 썼더니 결국 허락하더군요.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너희를 사랑하지 않아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고 잘 설명해주었고요."
그 해 3월 호텔만 예약해주는 여행사 호텔팩으로 유럽으로 향한 권씨의 여행은 힘들었지만 알찼다. 평소 영어에 자신이 없어 길 물어보는 것조차 두려웠으나 일단 도움이 필요하면 지도를 꺼내 들고 주위를 한 바퀴 둘러봤다. 자그마한 동양여자의 어리둥절한 모습에 친절한 유럽인들은 다가와 도움을 주었다. 여행 15일째, 야간 열차로 베네치아에 들어가던 그녀는 온 몸이 붓고 가렵고 짓무르는 심한 피부병에 걸려 남은 기간 동안 고생해야 했다.
"국철을 타면 부랑자들까지 저를 피하는 거예요. 얼마나 서럽고 아프던지 창피한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울었어요. 그러고도 여행을 포기하지 않았으니 지금 생각하면 대단하죠."
스위스 영화제 참석을 위해 유럽에 머물던 임순례 감독, 그리고 유학간 회사 선배와 조우해 낯선 곳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여자 이야기'를 나누던 기억도 생생하다. 자식 두고 온 엄마의 마음, 마흔을 앞둔 여자의 심정 등 타지의 밤을 적시던 속 깊은 이야기들은 아직도 그녀의 마음에 선명히 새겨져 있다.
미술관 기행을 목표로 떠났던 그녀는 여행 중 뜻밖에 '다큐멘터리영화 감독'이라는 새로운 꿈을 시작한다. 여행 중에 찾았던 한 여성 영화제와 임 감독이 준 자극에 고무되고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영상으로 표현해보고 싶다는 욕심까지 더해진 결과였다.
한 달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편집장 자리를 물려줄 후배에게 하나 둘 일을 넘겨 올해 초 결국 회사 일을 접었다. 한 문화센터에 등록해 자신보다 어린 다섯 명의 선생님에게 '왕언니', '왕 누나'라 불리며 틈틈이 다큐멘터리 감독 수업도 받고 딸과 자신을 소재로 한 단편영화도 하나 제작했다.
"여행 떠난 엄마 덕에 딸 아이는 학교에서 '집에 문제가 있는 아이'로 지목됐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정작 돌아온 나에게 그 아이는 '엄마가 홀로 여행 떠났다고 말하는 것이 무척 자랑스러웠다'고 말하며 웃었습니다. 남편도 저 없는 사이 아이들 과외 자리까지 알아볼 정도로 '독립심'을 발휘했어요. 엄마도 꿈을 찾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야 해요. 그래야 가족이 함께 성장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아이가 고등학생이 되는 날까지, 내세울만한 영화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여행하면서 만났던 이들과 나눈 이야기, 그리고 그들의 사연을 줄거리로 삼는다면 정말 재미있지 않을까요. 언젠가 제가 영화 감독으로 성공한다면 서른 아홉에 떠난 그 여행이 제 삶을 바꿔주었다고 말할 겁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 배낭여행 정보사이트
달팽이집 www.snailhome.com 유럽한인 민박정보.
독일철도사이트 http://reiseauskunft.bahn.de 유럽 전역 기차운행 정보 실시간으로 검색.
마이투어위즈 www.mytourwiz.com 배낭여행상품 비교 사이트. 전문가 리뷰와 등급.
부부의 자동차 유럽여행 www.autolian.com 부부가 자동차로 떠난 세계여행기.
세계전압가이드 http://kropla.com/electric2.htm 나라별 전압과 플러그 모양에 대한 정보.
여행마니아 http://cafe.daum.net/daumtour 다음카페 중 배낭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
유스호스텔 www.hihostels.com 전세계 유스호스텔에 대한 정보와 예약.
자전거로 가는 세상구경 http://www.bikeworldtravel.com.ne.kr 연인이 세계를 자전거로 돌며 올리는 여행기와 정보.
트래블위즈 www.travelwiz.co.kr 여행가이드책 저자와 여행 칼럼니스트, 여행 동호회 시삽 등이 모여 만든 커뮤니티.
■유럽의 숨은 여행지
안내책자에 나오는 명소는 붐비기 마련이다. 영화 '로마의휴일'에 나오는 스페인 계단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거나 루브르 미술관의 '모나리자'를 제대로 보려면 북적대는 관광객 무리이기 일쑤다.
여행 중 잠시, 남들이 모르는 작은 도시로 빠져 나가자. 유럽만 20여 차례 여행했다는 '투어닷코리아(www.tour.co.kr)' 유승우 실장과 배낭 여행 전문 사이트 '트래블위즈(www.travelwiz.co.kr)' 운영자 성남용씨가 여행책자에 없는 유럽의 숨은 여행지를 소개한다.
프랑스 르와르(Loire) 고성(古城) 지역
베르사이유 궁과 맞먹는 440개의 방을 지닌 상보르성,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최후를 맞은 앙부아즈성, 플라타나스 산책길이 아름다운 쉬농소성 등 프랑스의 가장 아름다운 고성이 모여있는 곳이다. 파리 몽빠르나스(Montparnasse) 역에서 TGV를 이용해 뚜르(Tours) 역까지 가서 버스를 타고 각 성으로 갈 수 있다. 40∼100유로 정도 하는 현지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 파리에서 1박2일 정도 잡으면 적당하다.
프랑스 몽생미쉘(Mont St.Michele)
밀물 때는 섬이 되고 썰물 때는 육지가 되는 곳으로 바위산 전체가 수도원인 아름다운 곳이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파리 몽빠르나스 역에서 헨(Renne) 역까지 TGV를 타고 가서 'Gare Routiere'라고 써있는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간다. 유레일패스가 있다면 버스도 무료이므로 열차 예약비 3유로만으로 다녀올 수 있다. 당일치기로 다녀오려면 아침 7시 정도에 출발하는 첫차를 이용해야 한다.
독일 코블란츠(Koblenz)
독일 중부에 위치한 코블란츠는 화이트 와인용 포도산지의 젖줄인 모젤강과 독일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라인강이 만나는 지점으로 두 강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일품이다. 특히 절벽 위에 위치한 유스호스텔에서 해질녘 두 강의 다른 빛깔을 감상하다 보면 누구나 철학자가 된다. www.koblenz.de
체코 체스키크룸루프(Cesky Krumlov)
프라하에서 버스로 3시간30분 거리에 위치한 체스키크룸루프는 중세 건축물과 역사적 유적들이 쉴새 없이 여행객의 눈을 사로잡는 곳이다. 블타바(Vltava) 강이 굽이치는 절벽 위 고성에서 내려보는 풍광도 놓치기 아깝다. www.ckrumlov.cz
프랑스 앙티브(Antibe)
니스와 칸 사이에 위치한 피카소의 마을 앙티브는 아름답고 작은 마을이다. 아기자기한 기차역에서 나와 걷다 보면 흰 요트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예쁜 풍경이 펼쳐진다. 바닷가 절벽에 쌓인 그리말디 성 안에 위치한 피카소 미술관도 꼭 들르자. http://www.antibes―juanlespins.com
■짐싸는 법
장기간 여행하다 보면 가장 부담되는 것이 바로 크고 무거운 배낭이다. 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싸느냐 하는 것은 여행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객지에서 비상식량으로 애용되는 컵라면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부피. 컵라면을 모두 뜯어서 용기는 버리고 지퍼백에 면을 모아 담은 후 스프 역시 따로 포장해 가져가면 부피가 3분의1로 준다. 웬만한 숙소에 더운물이 있으므로 간단한 용기만 구하면 된다.
필름 카메라를 가져간다면 필름 역시 포장을 뜯고 한데 모으자. 지퍼백에 담으면 한 봉지에 30개 정도는 거뜬히 들어간다. 요즘은 보편화돼 있는 디지털 카메라의 문제는 메모리. 메모리 부족을 걱정해 비싼 메모리카드를 많이 사가지 말고 공CD 몇 개를 준비해간다. 웬만한 여행지에 있는 한국인 민박 집에는 사진 파일을 CD로 구울 수 있는 시설이 구비돼 있다.
배낭의 무게는 자기 몸무게의 20% 정도가 적당하다. 남자는 40∼50ℓ, 여자는 30∼40ℓ 선이면 무리 없다. 무겁고 전혀 쓸 일 없는 사전은 '빼야 할 물건' 1순위고 가이드책도 한 권만 가져가자.
유럽을 한 달 동안 여행하는 것을 기준으로 옷은 반팔 상의 2개, 긴팔 상의 1개, 긴바지 1개, 반바지 1개, 점퍼 1개와 속옷, 양말 정도면 적당하다. 영국에서 이탈리아까지 위도가 우리나라의 3배에 달해 그만큼 기후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을 명심할 것. 유스 호스텔 등에 마련된 코인 세탁기를 이용할 때 세제가 없으면 3,000∼4,000원을 더 내야 하므로 비닐 봉지에 세탁용 세제를 나누어 여러 개 준비해가면 유용하다.
손톱깎이,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용 크림, 수영복, 작은 자명종 시계, 때수건, 빨랫줄 등은 많은 부피를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배낭여행에 꼭 필요한 물건들이므로 챙기자. /김신영기자
■휴가지별 베스트 3
아는 만큼 즐긴다. 막상 해외여행지에 도착해도 현지에서 뭘 하고 어디를 봐야할지 모른다면 돈을 내버리는 셈이다. 짧은 일정으로 둘러볼 수 있는 자유여행지의 베스트3을 현지 관광청이 소개한다.
괌(괌관광청, 02-765-6161)
미국령에 속하는 작은 섬이지만 비자가 필요없고 비행시간도 짧아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이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미국을 경험할 수 있다. 대한항공이 매일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고, 여름성수기에는 아시아나항공도 임시편을 띄운다.
1.만다라 스파 다양한 마사지 치료법과 미용관리 치료법을 제공하는 고급 스파. 해양스포츠를 즐긴 후 그을린 피부와 피로한 몸을 달래고 풀어준다. '진정한 휴식이란 이런 것이다'를 느낄 수 있다. PIC, 아웃리거, 니코, 웨스틴, 힐튼 등 5개의 호텔에서 운영하고 있다.
2.낚시 빼놓을 수 없는 액티비티 중 하나가 바다 낚시다. 보트를 이용해 깊은 바다에서 즐기며, 밤에는 스노클링 장비를 착용하고 작살을 이용해 고기를 잡기도 한다
3.골프 잭 니클라우스, 그렉 노먼, 게리 플레이어 등 유명 골퍼들의 설계로 만들어 진 골프코스가 많다. 골프를 즐기기에 적당한 날씨와 땀을 씻어 줄 수 있는 무역풍이 간간히 불어와 최고의 스코어를 기록할 수 있다.
사이판(북마리아나관광청, 02-752-3189)
괌과 함께 한국인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휴양지다. 괌보다는 개발이 덜 돼있어 차분하고 조용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에게 권할 만하다. 아시아나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하며 대한항공이 성수기에 임시편을 띄우고 있다.
1.마나가하 섬 일주 섬 전체의 둘레는 약 1.5㎞. 15분이면 걸어서 한바퀴를 돌아 볼 수 있다. '사이판의 진주'로 불린다. 바다속에 얼굴만 들여대도 수많은 열대고기를 볼 수 있는 스노클링 천국이기도 하다.
2.티니안/로타 섬 일일 관광 티니안섬은 사이판에서 5㎞ 가량 떨어진, 경비행기로 15분 가량, 쾌속선으로 45분 걸리는 섬이다. 2차 세계대전때의 원폭 탑재지이다. 로타섬은 사이판에서 경비행기로 30분 거리에 있다. 원시의 자연과 역사적인 볼거리가 풍부한 섬이다.
3.선셋 크루즈 허니문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은 선택관광. 배위에서 저녁 태양이 붉게 물드는 사이판의 석양을 바라보며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다.
푸켓(태국관광청, 02-776-2062)
동남아 최고의 관광국 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관광지이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타이항공을 통해 방콕으로 간 뒤, 국내선으로 푸켓을 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최근 여행사들이 푸켓 직항 전세기를 띄우고 있어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1.푸켓 판타 씨 흥미로운 공연을 볼 수 있는 테마파크이다. 코끼리를 탄 왕자의 전설에 관한 내용을 기본으로 중간중간 마술과 곡예 등을 가미한 라스베가스 스타일의 쇼를 선보인다. 공연시간 1시간20분. 뷔페 레스토랑, 노천 펍, 쇼핑센터 등이 넓은 테마파크를 채운다.
2.팡아만 수백개의 석회암 바위들이 절경을 이루는 곳으로 푸켓 북동쪽에 있다. 다양한 기암 괴석이 만들어 내는 풍경은 다분히 동양적이다. 중국의 계림과 비슷해 소계림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곳에서 체험하는 카약투어는 푸켓여행의 하이라이트이다.
3.피피섬 '비치' '컷스로트 아일랜드' 등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된 섬이다. 하늘에서 봤을 때 영어의 'P'자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피피돈과 피피레 두개의 섬을 오가며 즐기는 스노클링이 유명하다.
보라카이, 마닐라(필리핀 관광청, 02-598-2290)
세계 3대 비치중 하나로 손꼽히는 보라카이는 한국에서 직항이 없기 때문에 마닐라에서 세부퍼시픽이나 아시안스피릿으로 갈아타고 가야한다. 마닐라와의 연계관광이 바람직하다.
1.화이트 비치 보라카이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해변이다. 4㎞에 걸쳐 뻗어있는 비치는 썰물 때면 아기분처럼 곱고 하얀 산호 모래사장이 끝없이 펼쳐진다. 이 곳에서 보는 일몰은 필리핀 최고의 풍광으로 손꼽힌다.
2.호핑투어 배를 빌려 산호가 있는 곳으로 가 스노클링을 하면서 낚시도 할 수 있는 뱃놀이를 즐긴다. 오전 9시, 오후 3시가 가장 적당하다.
3.팍상한 마닐라에서 남동쪽으로 10㎞ 떨어진 작은 도시로 이 지역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내려오는 이른바 급류타기이다. 폭포수의 수량이 워낙 엄청나서 가까이 다가가면 천지가 진동한다는 말을 실감 할 수 있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의 촬영장소로 알려진 곳.
하와이(하와이관광청, 02-777-0033)
한때 신혼여행지로 가장 선호했던 곳이지만 비자발급이 까다로워져 여행객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휴양지임에는 틀림없다.
1.와이키키 해변 최고급 호텔과 면세점이 줄지어 서있고 일년 내내 수영복 차림의 관광객들이 붐비는 하와이 관광의 중심지이다. 다이아몬드헤드에서 알라와이 운하까지 4.23㎞지역으로, 서핑과 요트의 메카이다.
2.하나우마 베이 와이키키에서 동쪽으로 25분 거리에 있다. 엘비스 프레슬리가 주연한 영화 '블루 하와이'의 촬영 장소로 유명하다. 하얀 백사장과 푸르고 투명한 바다에는 수만 마리의 물고기들이 서식하고 있어 하와이 최고의 스노클링 포인트로 인기있다.
3.쿠알로아 목장 영화 '쥬라기 공원'의 촬영지로 알려진 하와이의 대표적인 목장이다. 트롤리 라이드, 승마, 산악자전거, 사격, 윈드서핑, 제트스키, 스쿠버다이빙, 헬리콥터 등 총 10개 종목을 즐길 수 있으며, 이 중 승마가 제일 인기있다.
발리(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02-753-8848)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섬이다. 2001년 테러 이후 서양인들의 방문은 줄었지만 오히려 한국관광객들의 방문은 늘어나고 있다. 서양인 관광객이 줄자 마케팅 타깃을 한국에 집중했기 때문. 아직 한국에 관광청은 없지만,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과 에어파라다이스항공이 발리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다.
1.아윤강 래프팅 발리 내륙에 위치한 우붓 인근에는 발리의 숨겨진 비경 0순위로 꼽히는 아윤강이 있다. 울창한 열대림과 고급스런 리조트가 펼쳐지는 이 곳에서 실시하는 래프팅은 발리 관광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체험프로그램이다.
2.퀵실버데이크루즈 발리에서 퀵실버라는 쾌속선을 타고 1시간30분 정도 가면 누사 페니다라는 섬이 나온다. 이 곳에서 바나나보트, 스노클링, 마을관광, 반잠수함 관광, 워터 슬라이드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3.우붓관광 자연적인 아름다움과 여유로움이 있는 곳으로 마을 전체가 박물관과 갤러리로 둘러싸인 예술촌이다. 매일 저녁에는 발리 전통 공연이 열리고 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자유해외여행… 이것만은 알아두자
누구나 집시처럼 자유분방한 배낭여행을 꿈꾸지만 기껏해야 일주일 안팎의 휴가밖에 낼 수 없는 직장인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방에 틀어박혀 시간만 죽일 것인가. 짧은 일정으로라도 이국의 정취를 느껴보고 싶다.
‘그래, 내친 김에 올 여름에는 여행을 떠나야지’라고 결정을 하고 나면 또 다른 문제가 뒤따른다. 간다면 어디를 가야 되나? 패키지상품을 택해야 하나, 자유여행을 해야 하나? 자유여행을 한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항공권, 호텔은 어디를 통해 예약할까? 경비는 얼마나 들며,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 법은 없을까 등등. 30대중반의 직장인 A씨의 가상여행 준비기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여행지와 선택법을 알아보자.
아내와 유치원생 아들 2명을 둔 A씨. 결혼 10주년 기념으로 해외여행을 준비하고 있는 그의 여행경력은 패키지로 다녀온 신혼여행과 대학시절 경험한 유럽배낭여행 이 전부.일단 짜여진 일정에 맞춰 가이드를 따라다니는 패키지 여행은 싫다. 강요된 옵션관광 및 쇼핑 때문에 신혼여행을 잡쳤기 때문이다. 이번 만큼은 학창시절 경험을 되살려 여행계획을 직접 짜기로 마음먹었다. 특히 최근 인터넷을 비롯, 여러 경로를 통해 여행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데다 이미 다녀온 여행자들의 경험담이 많아 자유여행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다.
●여행지결정
A씨는 우선 휴기기간을 감안, 가고 오는데 시간이 덜 걸리는 동남아 혹은 태평양지역 휴양지를 선택하기로 했다. 한국인들이 많고 비행편이 원활한 곳을 꼽으니 괌, 사이판, 보라카이, 세부, 푸켓, 발리, 빈탄, 하와이 등이 나왔다. 거리가 가깝고 물놀이를 실컷 할 수 있는 사이판으로 결정했다.
●항공권구입
A씨는 아내와 함께 4년전부터 아시아나항공사 제휴 신용카드를 만들어 꾸준히 사용한 결과, 8만5,000마일을 모았다. 사이판을 포함한, 동남아 왕복항공권의 경우 성인 1인당 4만5,000마일을 공제한다. 성인 2명이면 9만마일이 필요하지만 부부가 함께 여행할 경우 10%를 공제받을 수 있어 인천-사이판 왕복항공권 2장을 확보하게 됐다. 현재 이 구간 요금은 40만원대, 어린이용 항공권은 성인의 75%. 결국 60만원으로 가족 4명의 항공권을 마련했다.
●호텔& 현지 옵션관광예약
항공권을 구했으니 이제 호텔을 선택할 차례. 호텔에서 하루종일 쉬면서 식사도 할 수 있는 PIC 같은 종합휴양리조트를 택하자는 아내와 이왕 온김에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즐겨보자는 A씨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으나 결국 A씨의 안이 관철됐다. 인터넷 여행사를 통해 해변가에 위치한 한 호텔을 4박 일정으로 예약했다. 1박에 120달러가 넘는 호텔이지만 80달러에 계약, 160달러를 추가로 절약했다.
A씨는 또 인터넷을 통해 체험다이빙, 마나가하섬투어 등 가이드 동반시 1인당 60~100달러씩 하는 옵션관광을 30% 싸게 예약했다.
●환전
해외여행을 하려면 어느 정도의 비용지출은 각오해야 하지만 1,000원이라도 헛되게 쓰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환전. 달러(환율 1,170원기준)를 구입할 때 은행측에 내야 하는 수수료는 달러당 30원정도. 1,000달러를 환전한 A씨가 물어야 할 수수료는 3만원이었지만 외환은행 환전클럽에 가입, 수수료의 50%(1만5,000원)를 할인받았다.
●공항라운지 이용
드디어 출발일이다. 최근 국제적인 테러위협 때문에 공항검색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항공기 출발 3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해야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항공기 출발시간은 오후 8시30분. 5시께 공항에 도착하니 저녁시간이 애매하다. 011휴대폰을 이용하는 A씨 부부는 리더스클럽카드를 이용, 4층에 위치한 SK클럽라운지에 들렀다. 비행기에 탑승하면 곧 기내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곳에서 무료로 제공되는 빵과 과자, 음료수 등으로 대충 허기를 때웠다. 두 아들이 인터넷게임을 즐기는 동안 A씨부부는 자동안마의자에서 안마를 받으며 휴식을 취했다.
공항라운지는 원래 항공사측이 일등석이나 비즈니스 클래스 고객의 편의를 위해 간단한 다과와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 하지만 최근 SK텔레콤과 KTF 등 이동통신사들이 고객편의 차원에서 무료로 공항라운지를 이용하고 있다.
●면세점이용
비행기 탑승전에 A씨 부부가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면세점. 가격이 비싸 평소에는 구입하기 어려웠던 화장품을 면세가격으로 구입하니 30% 이상 절약됐다. 평소 술을 좋아하는 A씨도 이 참에 면세양주 1병을 구입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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