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너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숫자 만큼이나 다양하고도 새로운 도너츠들이 줄지어 쏟아지고 있다. 한국에서 개발돼 외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한국형 도너츠들이 속속 선을 보이고 최근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 도너츠도 나왔다. 특히 세계적인 도너츠 브랜드인 크리스피 크림(Krispy Kreme)의 한국시장 진출 선언으로 도너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시장판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도너츠는 지금 변신에 변신을 거듭 중이다. 초코바바리안 턴오버, 프렌치 크롤러, 커피 크런치, 스위트 듀얼 하트 등. 도너츠 종류 마다 맛은 물론, 모양도, 색깔도, 이름도 제각각이다. 어릴적 동네에서 뛰놀다 집에 들어 갔을 때 엄마가 프라이팬에 튀겨 주던 그때 그 도너츠와는 거리가 멀다. 옛날 도너츠는 지금보다 더 단단하고 먹으면 뻑뻑했던 것 같은데.
도너츠는 빵과 뭐가 다른지, 어떤 도너츠가 맛이 있고 종류 마다 차이는 뭔지, 알고 먹으면 더 맛있지 않을까! 도너츠, 그 맛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도너츠와 빵
서양 사람들이 아침 식사나 간식으로 즐겨 먹는 도너츠는 밀가루 반죽을 기름에 튀겨내 만든다. 밀가루 반죽을 철판에 얹고 다시 뜨거운 오븐에 넣어 구워내는 빵과는 제조 과정이 다르다.
도너츠를 튀기는 시간은 보통 1분30초 내외. 오븐에서 빵을 굽는 시간에 비해서는
조리 과정이 짧다. 튀기는 과정을 통해 밀가루 반죽에 스며 있는 수분이 보존되면서 도너츠가 부드럽고 촉촉해진다. 바로 이 맛 때문에 도너츠를 계속 찾게 된다.
●도너츠의 변신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도너츠 종류를 뽑으라면? 이름이 붙여진 것만 50여가지가
넘는다. 인터넷에서는 ‘도너츠를 종류별로 다 먹는데 얼마나 드냐?’ 는 질문이 인기 검색어로 자리를 굳히고 있을 정도.
많고 많은 종류 중에 지금 시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도너츠는 ‘가운데 구멍이 없는 대신 딸기잼이 들어 있는, 그리고 표면에 하얀 가루가 뿌려져 있는’ 도너츠다. 한
마디로 딸기잼 도너츠. 모양도 전통적인 원형이나 꽈배기 형을 뛰어 넘어 하트나 삼각형, 사각형 모양의 도너츠가 속속 선보였다. 밀가루 반죽 속에 들어 가는 잼으로는 딸기와 사과를 비롯, 라스베리와 바나나가 인기. 물론 달콤한 슈크림과 고소한 초코크림도 빼놓을 수 없다.
도너츠 표면에 뿌려진 하얀 가루를 밀가루로 아는 사람이 적지않은데 그 이름은 도넛 슈가다. 설탕보다 미세한 입자의 단 맛을 내는 가루인데 쉽게 녹지 않는 특징이 있다.
●한국형 도너츠의 약진
찹쌀 도너츠나 단팥 도너츠, 꽈배기 등은 전통 한국식 도너츠. 그런데 외국 유명브랜드라고 전부 외국산 도너츠를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도너츠 시장 점유율 1위인 던킨도너츠 경우 10여가지가 넘는 한국산 도너츠를 개발해 판매중이다.
고소한 초콜릿과 땅콩 조각이 어우러진 ‘피넛 크로컨트’나 도너츠와 생크림이 결합된 ‘생크림 샌드’는 순수 한국산이다. 찹쌀도너츠처럼 쫄깃한 꽃모양 츄이스티에 파피씨드(양귀비 씨앗)가 박힌 ‘파피 츄이스티’나 향긋한 커피 크런치가 아삭아삭 씹히는 ‘커피 크런치’, 딸기 필링과 바바리안 크림이 섞인 ‘스위트 듀얼하트’ 등도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토종 도너츠들. 한국사람들이 좋아하는 땅콩이나 너트, 커피 가루 등을 풍부하게 사용한 것이 공통점.
던킨도너츠의 오승철 마케팅 과장은 “바삭바삭하거나 부드러운 정통 도너츠를 선호하는 외국인과 달리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한국형 도너츠가 가격이 더 비싼데도 최근 잘 팔려 나간다”고 소개한다. 최근 호밀을 사용한 호밀도너츠나 검은깨 도너츠 등은 웰빙 추세에 발맞춘 건강을 생각하는 도너츠로 인기를 쌓아가고 있다.
●도너츠 맛있게 먹는 법
도너츠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은 커피. 마에 머레이라는 미국의 한 여배우가 우연히 뉴욕의 한 점포에서 먹던 도너츠를 커피에 떨어뜨렸는데 이를 계기로 도너츠를 한입 크기로 잘라 커피에 적셔 먹는 도너츠 광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윈첼코리아 장봉철 팀장은 “도너츠는 그냥 먹을 때 보다 커피에 찍어 먹거나 커피 향을 음미하며 먹을 때 더 맛이 살아난다”고 말한다. 도너츠의 달콤함과 커피의 쌉싸름함이 잘 어울린다고.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어원과 유래
도넛의 탄생지는 400년 전 네덜란드로 알려져 있다. 달콤한 밀가루 반죽(dough)을 호두만한 크기로 둥글려 기름에 튀긴 것으로, 처음에는 기름과자(oil cake)라 불렀다. 튀긴 후 색깔이 견과(nut)류와 같은 갈색인 데다 크기도 비슷해 도넛(doughnut)이란 합성어가 만들어 졌고 미국에서 이를 만들어 파는 Dunkin’ Donuts 등이 줄임말로 ‘Donut’을 많이 쓰면서 일상어로 굳어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도너츠는 도넛의 복수.
도넛 가운데 구멍이 나게 된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전해 온다. 미국 인디언 마을에 살고 있던 한 부인이 빵을 만들다가 인디언이 쏜 화살이 빵에 맞았는데 그 모양 그대로 만들다 보니 구멍난 도넛이 생겨났다거나 네델란드 주부들이 밀가루 반죽 가운데에 호도를 올린 다음 튀김과자를 만들어 먹는 것을 본 청교도인들이 미국에 가서 링 도넛을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 등이다.
약 150년전 한센 크로케트 그레고리라는 미국인 함장이 배위에서 먹고 있던 도넛을 키의 돌출 부위에 꽂아 놓아 도넛 가운데 구멍이 생기게 됐다는 일설도 있다. 갑자기 폭풍이 몰려와 함장이 두손으로 키를 잡아야만 했다는 주장이다. 도넛 가운데 부분이 잘 익지 않아 그 부분만 파 내고 먹다 보니 동그란 구멍이 났다는 얘기도 설득력 있게 들린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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