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남보람(20)양은 매일 밤 11시 컴퓨터를 켠다. 교회 기도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남양은 인터넷 기도회를 통해 성경을 공부하고 예수의 생애를 배운다. 기도회는 경제·경영지식을 배우는 리더십 공부와, 하루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진 뒤 30분만에 끝난다. 남 양은 새벽 기도회에는 나가지 않는다. 새벽 예배가 아예 없기 때문이다.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써브커뮤니티교회가 새벽 기도회를 없애고 인터넷 기도회를 도입한 것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젊은이들의 생활습관을 고려해서다. 사회의 분위기와 비교하면 이 정도 변화쯤이야 놀랄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적지 않은 구설수에 휘말렸었다. 새벽 기도회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한국교회의 전통에 어긋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성훈(朴聖勳·36) 목사의 생각은 달랐다. "요즘 젊은 신도가 없다고 걱정합니다만, 교회가 그들의 생각과 취향을 알고 먼저 변해야 합니다."
그의 말에는 교회를 열게 된 사연이 들어있다. 그는 원래 제법 큰 교회의 부목사로 일했다. 하지만 별 것 아닌 일로 내부 갈등을 겪었고, 젊은 교역자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교회 분위기에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2000년 12월 25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교회를 열었고, 2002년 5월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젊은이가 많이 모이는 신촌 언저리다. 현재 등록 교인은 88명. 대부분이 예배에 참석하는 '진성 교인'이다. 가장 어린 교인이 스무 살이고, 최연장자가 서른 여덟이니 젊은이 교회답다.
교회는 이름부터 심상치 않다. 예배(Service), 양육(Education), 교제(Relationship), 봉사(Volunteer), 전도(Evangelism)의 영어 머리글자에서 따오기는 했지만 봉사(serve)하는 공동체(community)가 되겠다는 뜻에서 그렇게 정했다. 설교 방식도 차이가 있어 성경 자체에 머물지 않는다. '가정의 달' 5월에는 내내 가족의 중요성을 설교했다. 용어도 바꿨다. 성경 봉독 대신 성경 낭독, 형제님 자매님이라는 말 대신 OOO님이라며 직접 이름을 부른다. 피아노 또는 파이프 오르간으로 이뤄지는 찬양 반주도 기타, 드럼, 베이스기타, 키보드로 이뤄진다.
교회가 더욱 신경을 쓰는 분야는 봉사. "이름 바꾸고 운영 방식 바꾼다고 젊은 교회라고 할 수 없습니다. 남을 위해 더 많이 봉사하는 교회가 정말 젊은 교회지요."
혼자 사는 노인을 돕고, 가난한 젊은이를 돕기 위해 바자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큰 돈 없는 젊은이들이 교인으로 있다 보니 아직은 궁핍하고 그래서 남에게 드러낼 정도의 봉사는 못하고 있다. 박 목사는 "형편이 좋아지면 열심히 봉사해 젊은이들이 모인 우리 교회가 정말 모범적인 교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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