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3년만 고생해서 땅도 사고 집도 사서 돌아가야지." 척박한 땅에서 살기 위해 '전쟁'을 치러야 했던 1960∼70년대, 일자리를 찾아 독일로 간 2만여 광부와 간호사들은 다들 그렇게 다짐했다. 그러나 3년 계약이 끝난 뒤 귀국한 이는 8,000여명뿐. 나머지는 왜 돌아오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MBC는 11∼13일 이역만리에 꽃다운 청춘을 묻은 파독(派獨) 광부,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담은 3부작 특집 다큐멘터리 '독일로 간 광부, 간호사들'(연출 홍상운)을 방송한다.
1961년 독일은 미국의 지원중단으로 곤경에 빠진 박정희 정권에 1억5,000만 마르크(3,500만달러)의 차관제공을 약속했다. 그러나 국민소득 87달러에 불과한 극빈국에 지급보증을 해줄 은행이 없었다. 궁리 끝에 한국의 광부와 간호사를 파독해 그들의 봉급을 담보로 지급보증을 받는 '묘안'을 찾아냈다. 신문에 모집공고가 나자 2,8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고, 15대1의 경쟁률을 뚫은 광부 1진 274명이 1963년 12월21일 드디어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66년 2월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간호사 1진 128명이 독일로 떠났다. 그 후 77년까지 파독된 광부와 간호사는 2만여명. 그들이 고국에 송금한 67년에만 수출 총액의 36%에 달했고,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대한민국 고속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당시 파독 광부, 간호사들의 월급은 국내의 6∼7배로, 장관 월급보다 많았다. 하지만 기대에 들떠 시작한 독일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광부들은 40도의 지열이 이글거리는 지하 1,000m 막장에서 일하며 더러는 목숨을 잃었고, 간호사들도 덩치 큰 독일인 환자들을 돌보며 온갖 허드렛일을 다 하느라 몸이 성한 곳이 없었다. 1부 '독일 40년, 청춘을 묻고'(11일 밤 11시15분)는 그렇게 피와 땀으로 얼룩진 그들의 40년 삶의 궤적을 찬찬히 훑는다.
2부 '젊은 날의 꿈'(12일 밤 11시30분)은 독일에 남아 교수로, 의사로, 화가로, 자신의 꿈을 이룬 이들을 만난다. 3부 '돌아갈 수 없는 고향'(13일 밤 11시30분)에서는 아내가 병들어, 혹은 자녀들 교육 때문에 귀국하지 못하고 '영원한 이방인'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이들의 아픔을 들여다본다.
"'박정희 시대'를 부정하지 못하는 것은 박정희가 잘 해서 아니라,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처럼 피땀을 흘린 '민중'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이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했다." 최우철 책임PD가 밝힌 프로그램 기획의도는, 그들의 삶을 두고두고 기억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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