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5개국으로 회원국을 늘린 뒤 처음 치르는 6대 유럽의회 선거가 10일 유럽전역에서 일제히 시작됐다.13일까지 나흘간 계속되는 선거에서 새로 선출되는 의원은 모두 732명으로 5대 의회보다 106명이 늘었다. 회원국별 의원수는 인구비례에 따라 결정된다. 독일이 99석을 할당 받아 가장 많고 다음으로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가 78석, 몰타가 5석으로 가장 적다.
EU 기구 중 유일하게 직접선거로 뽑는 유럽의회는 1954년 실권이 없는 자문기구로 출발했으나 79년 임기 5년의 직접선출로 바뀌면서 EU 집행위, EU 이사회와 함께 EU의 중요한 의사결정기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EU의 다른 기구에 비해 여전히 권한이 약하고 역할도 주민들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다루지 않기 때문에 유권자가 투표일조차 모를 정도로 관심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190개 언어의 조합으로 이뤄진 투표용지는 유럽의회 선거의 복잡성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각국은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우편투표 등 다양한 방법을 고안해내고 있으나 투표강요행위, 투표용지 절취 등 부작용도 만만찮게 나타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선 포르노배우, 모델, 스포츠 스타, 우주비행사 등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들이 대거 도전장을 냄으로써 엘리트 출신이 주도하던 후보군에 변화가 온 점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독립에로틱당'에서 이름을 바꾼 '독립당'소속의 전직 포르노 배우 노라 바움베르거(34·여)와 우주비행사 출신의 블라디미르 레메크가 체코 국기를 앞세워 출마했다. 폴란드에서는 74년 독일 월드컵에서 득점왕에 오른 축구영웅 그제고시 라토,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의 아들 야로슬로브 바웬사가 출사표를 던졌다.
특히 체코에서는 '전제군주당' 동부도시의 이름을 딴 '즐거운 오스트라바당'등 무려 31개 정당이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북미 아이스하키 리그에서 명예의 전당에 오른 슬로바키아의 페테르 스타스트니,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포르투갈의 주제 사라마구, 세계적인 수퍼모델인 에스토니아의 카르멘 카스(25) 등도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정치인들도 대거 나섰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 라슬로 코바치 헝가리 외무장관, 기울라 호른 전 헝가리 총리, 폴 리럽 라스무센 전 덴마크 총리, 아넬리 예텐마이키 전 핀란드 총리 등은 '한물간 정치인의 마지막 일자리'라는 유럽의회에 대한 비아냥에도 불구, 정치적 재기와 입지강화를 노리고 있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각국 정부 중간평가-이번 선거 의미는
이번 유럽의회 선거가 과거와 달리 의미를 갖는 것은 이라크전쟁, 대 테러전, 포로학대 등 민감한 시기에 치러져 사실상 각국 정부의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서다. 이 때문에 각국 집권당은 이번 표심이 다음 국내 총선의 리트머스 시험지라는 절박한 심정을 안고 선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유럽 여론의 주조가 반전·반미로 굳어져 특히 이라크에 파병한 국가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경기침체, 유럽연합 확대에 따른 보수주의자들의 경계심리가 겹쳐져 극우정당이나 민족주의 정당, 제2 야당의 약진이 예상되고 있다.
/황유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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