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욕에는 성공했지만 아쉬움이 남는 한판이었다.박성화 감독 대행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9일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7조 3차전에서 베트남을 2―0으로 꺾고 지난해 10월 오만에서의 0―1 패배를 설욕했다. 이로써 2승1무를 기록한 한국은 1승2패의 베트남(9월8일) 및 1승1패의 레바논(10월13일)과 한차례씩 원정 경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최종 예선 진출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서게 됐다. 베트남과의 역대 전적서는 13승6무2패로 압도적인 우위를 기록했다.
안정환과 김은중을 투톱으로 내세운 한국은 플레이메이커 박지성의 재치있는 측면 돌파와 볼배급에 힘입어 경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정교한 패스에 이은 문전처리 미숙은 여전했고, 수많은 세트플레이 찬스를 한 번도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해 당초 목표한 대량 득점에는 실패했다.
경기시작과 함께 최진철의 날카로운 헤딩슛으로 포문을 연 한국은 안정환 유상철 등이 잇따라 위협적인 슛을 날렸으나 마무리 부족과 상대의 밀집수비에 막혀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판 반 타이엘의 왼쪽 측면 돌파를 앞세운 상대의 역습에 한 두 차례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기대하던 첫 골은 전반 29분께 터졌다. 안정환이 상대 아크 중앙 부근에서 이을용이 뒤로 살짝 찔러준 백패스를 오른발로 슛했고, 공은 오른쪽 골문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기세를 올린 한국은 9분 뒤 상대 진영 왼쪽 코너에서 김동진의 크로스를 김은중이 방향을 틀며 헤딩슛했으나 골포스트에 맞는 등 추가골을 신고하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시작과 더불어 상대 아크중앙에서 얻은 프리킥을 이을용이 찼으나 또다시 오른쪽 골대를 맞고 나오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파상공세를 거듭하던 한국은 16분 두 번째 골을 신고했다. 상대진영 오른쪽 코너부근에서 박지성의 패스를 받은 김두현이 한 두 차례 볼을 트래핑한 후 오른발 강슛, 반대편 네트를 갈랐다.
한국은 후반 26분에는 박지성의 헤딩슛이 또다시 골대를 맞았고, 박지성 안정환 설기현 이을용의 슛도 무위에 그쳐 더 이상의 추가골은 뽑아내지 못했다.
/대전=박진용기자 hub@hk.co.kr
■첫딸 본 안정환, 약속의 땅 대전서 선물
"리원아! 아빠의 선물이다."
한달 전 딸을 얻어 아빠가 된 '반지의 제왕' 안정환(28·요코하마)에게 대전은 이번에도 약속의 땅이었다.
2년 전 연장 사투 끝에 이탈리아를 상대로 2―1의 극적인 골든골을 터트린 뒤 아내(이혜원)에게 사랑을 전하는 반지키스 세리머니를 펼쳤던 안정환. 2년의 세월이 지난 이날 A매치 6경기 만에 결승골을 신고한 그는 딸의 이름을 부르며 '아기 어르기' 세리머니를 연출했다.
경기 초반부터 위협적인 터닝 슛과 드리블로 상대 진영을 헤집던 안정환이 이날 이을용의 어시스트를 받아 골을 뽑아낸 것도 2년 전과 똑같다. 당시에는 이을용의 프리킥을 연장 후반 12분 헤딩골로 연결시켰다면, 이번에는 이을용의 백패스를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한 것이 다른 점이었다. 사실 안정환은 이날이 오기를 학수 고대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유럽무대 진출을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고, 일본 무대에서 2년 동안 뛰고 있지만 최근에는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올 2월 오만과의 친선 경기에서 2골을 기록한 뒤 A매치에서 5경기 연속 침묵을 지켰다. 그러나 딸의 얼굴을 떠올리며 전·후반 쉬지 않고 뛴 결과 값진 선물을 리원이에게 안겨 줄 수 있었다. 안정환은 침체에 빠진 한국 축구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골이어서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대전=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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