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육상의 샛별 케네니사 베켈레(22·사진)가 9일(한국시각)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국제육상연맹(IAAF) 슈퍼그랑프리골든스파이크대회 남자 1만m 결승에서 26분20초31로 골인,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살아있는 트랙의 신화'이자 '조국의 우상'인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에티오피아)가 6년 전 세운 종전기록(26분22초75)을 2초 이상 앞당긴 베켈레는 경기 후에도 힘이 남는 듯 "마지막 한바퀴를 남기고 이미 신기록을 예감했다"며 의기양양해 했다. 1일 역시 게브르셀라시에가 갖고 있던 남자 5,000m 세계기록(12분39초36·1998년)을 2초 경신(12분37초35)한 베켈레는 불과 8일만에 두개의 육상 장거리 세계기록을 모두 갈아치워 새로운 '장거리 제왕'으로 등극했다. 5,000m와 1만m 동시 세계기록 보유는 78년 헨리 리노와 98년 게브르셀라시에에 이어 세 번째.
82년 6월 에티오피아의 작은 시골에서 태어난 베켈로는 84∼85년 1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기근사태를 겪으며 자랐고, 배우기 위해 매일 수십㎞를 뛰며 학교에 다녔다. 일찍 자질을 인정 받아 게르브셀라시에의 페이스메이커로 뛰며 꿈을 키웠다. 하지만 93년부터 올림픽 2연패, 세계선수권 4연패, 16번의 세계기록을 일궈내며 10년 동안 불패신화를 이어온 게브르셀라시에는 넘기 힘든 산이었다. 설상가상 2002년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기회는 지난해 찾아왔다. '영웅' 게브르셀라시에를 피해 크로스컨트리선수로 나선 베켈레는 세계선수권에서 대회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2관왕(올해로 3년 연속)에 오르며 자신감을 찾았다.
그리곤 곧바로 트랙에 복귀, 그 해 8월 파리 세계선수권에서 영웅에게 1.2초차의 승리를 따냈다. 올 6월에 이어 또다시 베켈레에게 무릎을 꿇은 게브르셀라시에는 "베켈레가 나를 넘어섰다"고 시인했다.
한편 이날 여자 장대높이뛰기에선 2000시드니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스테이시 드래길라(33·미국)가 4m83을 넘어 옐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의 종전기록(4m82)을 깨고 세계기록을 세웠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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