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본부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쏟아지는 민원 전화였다. 이 회사가 생산하는 '플래시메모리'(Flash Memory· 사진)의 수요 폭증으로 심각한 공급 부족 사태가 벌어지자 '물건을 더 달라'는 요청이 빗발쳤기 때문이다. 거래업체, 제휴선은 물론 심지어는 외국 기업의 부탁을 받은 주한 외국사절이나 고위 정치인들의 문의 전화도 적지 않았다. "그야말로 전세계적인 청탁에 시달렸다"는 것이 삼성전자 관계자의 말이다.우리나라는 삼성전자의 생산 능력에 힘입어 세계 플래시메모리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플래시메모리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그대로 보존되는 특별한 기능의 메모리반도체. 이런 장점 때문에 휴대폰, 디지털카메라, PDA, MP3 플레이어 등 휴대용 정보통신 기기의 기억장치로 널리 활용되면서 시장성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1998년부터 플래시메모리 사업에 뛰어들어 인텔과 더불어 세계 최대 생산업체로 군림하고 있다. 낸드(NAND)형 제품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60%에 이른다. 최근에는 하이닉스도 플래시메모리 사업에 진출해 '메모리 강국'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플래시메모리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반도체 칩 내부의 기억소자가 병렬로 배치된 것을 낸드형, 직렬로 배치된 것을 노어(NOR)형이라고 부르는데 각각의 특징이 다르다. 노어형은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크고 비싼 단점이 있다. 반면 낸드형은 속도가 느린 것이 흠이지만 단번에 수 메가바이트(MB)에 이르는 많은 데이터를 담을 수 있으며 가격이 저렴하다.
현재 노어형 제품과 낸드형 제품의 시장 비율은 3:2 정도로 노어형 제품이 더 많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역전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3년간 낸드형 플래시메모리 시장 규모는 22억달러(2002년)에서 72억달러(2004년 추정)로 '폭발'했다. 이는 대용량 낸드형 메모리를 사용하는 휴대용 정보기술(IT) 기기 산업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당분간 플래시메모리 시장의 '한국 파워'는 점점 강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후발 주자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공급량도 늘어나 전반적인 가격 하락이 예상되지만, 우리는 가격 경쟁력이 충분한데다 512메가비트(Mb)급이상의 고용량 제품으로 속속 이전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수익성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철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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