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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우스' 작가의 코미디…극단 한양레퍼토리 연극 '상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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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우스' 작가의 코미디…극단 한양레퍼토리 연극 '상사주'

입력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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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데우스’와 ‘에쿠우스’를 쓴 피터 쉐퍼의 코미디 연극이라면 당장 구미가 당길 법하다. 그렇지만 피터 쉐퍼의 1987년작 ‘Lettice and Lovage’를 한국적 상황으로 바꾼 코미디 ‘상사주’(相思酒)는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 왕관을 쓴 여자와 도끼를 든 두 여자가 서 있는 포스터, 촉석루에서 일하는 관광 안내원이 주인공이라는 설정 모두 알쏭달쏭하다. 극단 한양레퍼토리 작품이라고 쓰여 있지 않다면, 스쳐 지나갔을 지도 모를 정도로 촌스러운 포스터.‘상사주’는 촉석루를 45도 기울여 만든 무대로 한 무리의 관광객이 객석을 거쳐 들어오면서 겹겹의 수수께끼가 조금씩 풀린다. 판에 박힌 안내문을 기계적으로 읊으며 관광객을 안내하는 한주연(임유영)은 스스로 지겨워졌는지 언제부터인가 건조한 역사적 사실에 야담과 기지를 풀어 넣는다. 관객은 어느덧 한주연의 이야기 솜씨에 열광하는 관광객과 하나가 되어 극속으로 빠져든다. 임유영은 무성영화시대 변사처럼 탁월한 이야기꾼의 재주를 보여주며 관객을 쥐락펴락 한다.

2막으로 들어서면 촉석루 무대는 한주연의 집으로 바뀐다. 정확히 말하자면 한주연의 연극놀이 무대다. 역사적 사실을 왜곡해 관광안내를 한다는 투서 때문에 직장을 잃은 한주연과, 한주연을 해고한 서울 사무실의 지상애(황석정)가 맺어지면서 연극은 더욱 현란해진다.

마지막 장면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극 구성, 열정적인 배우들의 연기가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이 작품이 감동적인 것은 진솔한 ‘연극예찬’에 있다. 그래서 배우들의 과장된 연기와 목소리 톤까지 반갑게 다가온다. 무기한 공연. 한양레퍼토리씨어터.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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