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편집국에서]국방장관에 민간출신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편집국에서]국방장관에 민간출신을

입력
2004.06.10 00:00
0 0

노무현 대통령이 8일 밤 이해찬 의원을 차기 총리후보로 지명함으로써 국정2기 새출발을 앞둔 참여정부의 발목을 잡아왔던 총리지명문제가 일단 해결됐다. 야당도 이 의원에 대해 큰 거부감을 내비치지 않아 국회에서의 임명동의안도 별 탈없이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 청와대는 물론 국가를 위해서도 다행스런 일이다. 이제 노 대통령에게는 명실상부한 개혁 드라이브를 가속화하는 과제만 남아있는 셈이다.역대 총리에 비해 매우 젊은 이 의원이 총리후보가 됨으로써 당초 서너 곳에 한정해 이뤄지려던 개각도 다소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의원보다 연배가 낮은 각료는 강금실 법무장관 등 두어명 뿐이라는 점 등이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 이번 개각 때 혹시 국방부 장관도 교체할 계획이라면 노 대통령께 이번 기회에 과감하게 민간인 출신을 발탁해주길 주문하고 싶다.

국방부의 경우 그간 내부적으로는 많은 개혁을 추진해오긴 했지만 국민들의 눈에는 아직도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그들(직업군인)만의 성역'으로 비춰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국방부는 올 국가예산의 무려 16%나 되는 18조9,412억원을 사용하는 공룡부처다. 이같은 거대부처에서 요즘도 하루가 멀다 하고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각종 군납비리와 인사비리, 지휘관의 공금유용 등은 이제 연례행사처럼 터져나온다. 사회 각 분야가 투명하고 효율적인 조직으로 변해가는 시대적 흐름과는 도통 멀어보인다. 문민국방장관의 필요성은 이 같은 문제점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는 특단의 방책으로 거론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국방부에 대한 문민통제(civilian control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미국은 국가안전보장법에 대통령이 상원의 동의를 얻어 민간인(현역은 전역한지 10년이 경과한 사람)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하도록 명시돼있다. 또한 군 통수권자로부터 각군 참모총장에 이르는 중간계선상의 보조기관장을 민간인 출신으로 보임토록 돼있을 뿐 아니라 국방부의 국장급 이상 간부에는 현역군인이 단 1명도 보직돼 있지 않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의 경우 해군대위 출신이지만 이미 30년 전에 전역해 사실상 문민장관이나 마찬가지다. 일본도 자위대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진 총리가 방위청장관을 민간인으로 임명하고 우리의 합참의장격인 막료장은 자위대에 대한 지휘권이 없이 방위청장관에 대해 군사문제를 조언하고 장관의 지시를 집행하는 역할로 국한돼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장면정권에서 민의원 출신인 현석호씨와 권중돈씨가 9개월 여를 재임한 것을 제외하곤 직업군인 출신이 국방장관을 독점해왔다. 문민정부 초기 김영삼 대통령이 국방예산집행의 획기적 개혁을 위해 재무부차관 출신의 이수휴씨를 차관에 전격 발탁했으나 똘똘뭉친 군인들의 거센 텃세에 밀려 10달 만에 힘 한번 못 쓰고 낙마했다. 비단 장·차관 뿐 아니라 국방부 과장급 이상의 주요보직은 모두 현역이 차지하고 있다. 국방조직의 낙후성은 '이종교배(異種交配)'가 이뤄지지 않는 집단은 뒤지기 마련이라는 행정학 이론을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남북대치라는 특수상황 아래서 조직장악력에 대한 우려와 전력약화 등을 이유로 문민장관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남북화해국면에서 이제는 국방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위해서 문민장관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견해에 노 대통령이 귀 기울여 주길 기대해본다. 결코 중이 제 머리는 못 깎는 법이다.

/윤승용 정치부장 aufhebe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