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향란 展종이에 목탄으로 그린 뒤 캔버스 위에 붙인다. 그것을 물에 담가 부풀린 다음 뜯어내고 다시 재구성한다. 윤향란씨의 작업 과정은 독특하다. 두툼하고 굵은 선, 가느다랗고 짧은 선들이 흐르다가 멈추고 다시 흐른다.
동산방 화랑에서 9~18일 여는 개인전에서 보여주는 검거나 붉거나 녹색을 띤 이 선들을 작가는 마치 누에가 실을 뽑아내듯이 자신의 몸에서 술술 풀려나온 선들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길이요 풍경이다. 화면을 마구 뜯은 다음 그것을 다시 콜라주한 작업은 마치 빛바랜 우리의 피부 같기도 하다. 시간을 기억하고 있는 육체다.
소멸과 환생, 해체와 조합, 자아의 부정과 완성된 작품에의 희구가 윤씨의 그림에 있다. 그러면서 그 작업 자체가 자유이고 직관이다. 윤씨는 홍익대, 파리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하고 그간 프랑스와 국내에서 6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02)733-5877
●안신영 展
한국화가 안신영씨의 개인전이 9~18일 공화랑에서 열린다. 그의 화면을 바라보면 고요히,묵묵히 흘러가는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작가는 ‘순례’라는 큰 주제 아래 흔적, 길, 꿈, 바다 건너, 섬, 통로, 기원 등의 소제목을 붙였다. 그 이름들처럼 화면을 보고 있으면 어떤 통로를 지나 바다를 닮은 아득한 공간으로 순례하는 꿈을 꾸게 되는 듯하다.
바탕 화면은 마대를 쓴다. 안료에 흙을 섞어 형상을 만들고, 돌조각이나 쇳조각 같은 한국화에는 이질적으로 보이는 오브제들이 결합된다. 이렇게 만든 화면에는 일상의 작은 단상들이 하나하나 들어와 이야기를 거는 것 같다. 작가로, 동료 작가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가는 작가의 삶의 이야기가 따뜻하게 드러나는 지점이다.
평론가 장동광씨는 이를 “작가로서의 어떤 순례의 길, 내가 그림이 되고 그림이 내가 되는 현존의 땅”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안씨는 서울대 동양화과, 대학원을 졸업했다. 4년만의 두번째 개인전이다. (02)735-9938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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