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태국 방콕 중심가에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판야파크골프장에서 겪었던 일이다.세컨드 샷을 한 뒤 그린으로 다가갔더니 개 두 마리가 에지에서 뛰놀고 있었다. 사람들을 보자 개들은 에지에 있던 한 동반자의 골프공을 물고 얼른 도망을 쳤다. 이 동반자는 "야! 물고가면 OB야. 놔두고 가"라고 소리쳤으나 개들은 유유히 사라졌다.
룰에 따르면 개나 새가 볼을 물고 가도 그 자리에 새로운 공을 드롭해서 치면 벌타가 없다. 단, 누군가가 이들이 공을 물고 가는 것을 확인했을 때만 그렇다. 하지만 본 사람이 없으면 로스트볼(분실구)로 처리돼 2벌타가 부과되어 막심한 손해를 보기도 한다.
불교 국가인 태국에는 개가 흔하다. 공을 물고 가는 것은 다반사고 골프장 그린에서 여유롭게 낮잠을 즐기기도 한다. 방콕거리를 활보해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않는다. 사람이 죽으면 개로 태어날 수도 있고 개가 후세에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윤회설의 영향인 듯 하다.
일본은 까마귀를 흉조로 여기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골프장에 유난히 까마귀가 많고 골프공을 물고 날아가버릴 때도 있다. 자신이 낳은 알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1999년 11월에는 월드컵축구 북한 분산개최를 타진하기 위해 평양을 찾았던 정몽준 축구협회장 일행이 짬을 내 골프장에 들렀을 때 일행 중 한명의 공을 까마귀가 물고가 난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호주의 골프장에서는 캥거루들을 볼 수 있다. 이들은 페어웨이든 그린이든 가리지 않고 돌아다닌다. 골퍼들도 이를 상관하지 않고 골프를 친다.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혹 캥거루가 골프공에 맞아 죽으면 그날 클럽하우스에서 캥거루요리를 맛볼 수 있다고 한다.
경기 용인의 레이크사이드골프장에 가면 동코스 15번홀 그린과 16번홀 티박스 주변에서 혈통이 좋아보이는 개 한 마리를 만날 수 있다. 이 개는 한 달여 전 처음 모습을 보인 뒤 아직도 이 주변을 떠나지 않고있다. 특이한 것은 일반 과자류는 먹지않고 손님들이 그늘 집에서 파는 고급 빵을 던져주면 잘 먹는다. 골퍼를 위협하거나 경기에 지장을 주는 일은 없지만 생포하려면 산으로 도망을 간다. 골프장 관계자는 "부잣집에서 키우던 개가 틀림없다"며 "인근 산에 있는 묘지에 묻힌 주인을 찾아온 뒤 그 곁을 떠나지 않고 맴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과 동물, 자연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현장들이다.
조재우 기자 /josus6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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