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에는 다른 신문에는 없는 편집인이 한 명 더 있다. 공익편집인으로 번역되는 Public Editor 이다. 독자 입장에서 신문의 기사와 논평을 분석·비판하고 독자의 질문에도 지면으로 답한다. 기사를 쓴 해당기자를 수시로 면담해 의견을 개진하며, 고정지면을 통해 자신의 활동을 알리고 뉴욕타임스의 제작 방향과 기사에 대해 자유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그의 글은 교열 외에는 고쳐지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신설된 이 직책의 첫 번째 담당자는 대니얼 오켄트(Daniel Okrent·57)씨. 그는 뉴욕타임스에 하루도 근무하지 않았다. 69년 미시간 대학을 나와 타임과 라이프 에스콰이어 등의 잡지에서 기자와 편집인으로 일했다.■ 뉴욕타임스가 공익편집인제를 도입키로 한 것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 보자는 고육지책이었다. 만나지도 않은 취재원을 기사에 인용하고 인터넷과 다른 신문에 난 기사를 마치 취재한 것처럼 표절했다가 파면 당한 제이슨 블레어 기자의 소동을 수습해 보려는 아이디어 중 하나 였다. 뉴욕타임스는 블레어 파문이 일자 편집인 등 제작 책임자를 문책했고, 사내에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장문의 보고서를 내게 했다. 오켄트는 취임 칼럼에서 "마감시간의 임박과 특종경쟁, 피상적 중립성 추구 등은 언론의 숙명적 속성"이라면서도 "이 같은 작업환경이 언론의 실책원인으로 설명될 수는 있겠지만 이를 용납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고 차갑게 말했다.
■ 오켄트는 미국의 이라크전이 수렁에 빠진 가운데 뉴욕타임스의 이라크전 관련 기사를 매섭게 비난하는 칼럼을 이 신문에 실었다. 존재하지도 않는 대량살상무기(WMD)를 정보당국의 소식통만을 인용해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었는가 하면 친미성향의 이라크 망명인사의 주장을 검증 없이 보도하는 등 미국의 이라크전 발발을 부추겼고 전쟁중에도 잘못되고 편향된 보도를 숱하게 되풀이 했다는 것이다. 틀린 기사는 1면에 싣고 정정기사는 상당한 세월이 지난 뒤 중요하지 않는 면에 보일락 말락 하게 실었다는 지적도 했다.
■ 오켄트는 다섯 가지 이유로 왜 이 같은 일이 일어나는지를 분석한다. 특종에 대한 굶주림, 무리를 해서라도 1면에 실리도록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는 강박 관념, 보도한 뒤에 속보를 챙기지 않는 치고 빠지기의 행태, 취재원 과잉 보호를 이유로 남용하는 익명성, 책임 지지 않으려는 편집태도 등을 들었다. 이 같은 일들은 뉴욕타임스 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 신문에도 해당할 것이다. 특히 한국신문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를 지적하는 것 같아 가슴이 뜨끔하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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