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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해석 없는 '리메이크' 음반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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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해석 없는 '리메이크' 음반 잇달아

입력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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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선택일까? 한 가요계 관계자는 “요즘 나온 리메이크 음반은 리메이크(re-make)가 아니라 리어레인지(re-arrange)가 맞는 말 아니냐?”고 불편한 마음을 드러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연초부터 ‘광화문 연가’ ‘꿈에’ 등 앨범 전체를 리메이크 곡으로 꾸민 ‘이수영의 클래식’이 불황에도 불구하고 대히트를 친 것을 시작으로 리메이크 음반 붐이 일고 있다. 조성모의 ‘가시나무’로 대표되는 한창 인기일 때 팬서비스 차원에서 리메이크를 시도하거나, 새 앨범을 내면서 애창곡을 삽입했던 과거의 리메이크 행태와 달리, 요즘은 아예 리메이크곡만 모은 음반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JK 김동욱은 최근 국내외 요절가수의 유작을 모은 리메이크 음반을 냈다. 유재하의 ‘우울한 편지’ ‘그대 내 품에’ 김광석의 ‘서른 즈름에’ ‘사랑이란 이유로’ ‘이등병의 편지’, 김현식의 ‘내 사랑 내곁에’ 등을 수록했다. 성시경도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밤’,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 김광진의 ‘여우야’, 동물원의 ‘혜화동’,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등 주로 80년 노래를 리메이크 한 음반을 발매했다.

물론 이 음반들은 익숙해서 좋고, 그래서 꽤나 사랑받고 있다. 제2의 목소리를 찾은 곡들을 들으며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신구세대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노래라는 점에서 세대차를 줄이는 다리역할을 하는 장점도 있다. 엄마가 좋아하던 노래를 딸이 좋아하고, 아빠가 좋아하던 노래를 아들과 함께 부르는 모습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비난 또한 만만찮다. 너무 안일한 선택 아니냐는 것. 사실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나 김현식의 ‘내 사랑 내곁에’ ‘우울한 편지’ 같은 곡은 워낙 훌륭해 언제 다시 들어도 좋다. 최성원의 ‘제주도의 푸른밤’을 들으면 언제라도 그곳의 파도소리와 푸른 하늘이 겹쳐져 설레게 한다. 동물원의 ‘혜화동’도, 여행스케치의 ‘별이 진다네’도 그렇다. 리메이크에 대한 동기 부여가 없는 “불황이니 아는 곳 팔면 먹히겠다”는 편한 계산이 기저에 깔려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물론 어려운 여건에서 계속 음악할 방법으로 리메이크를 선택한 것에 대해 무작정 비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새로운 편곡에 새로운 해석을 한 진정한 리메이크라기보다는 유명한 곡에 익숙한 목소리를 입힌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작곡가의 가치보다는 가수 위주로 돌아가는 가요계의 상황을 반증하는 예이기도 하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리메이크는 원전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때 의미가 있다. 단순히 재생산보다는 왜 해야 하는지 명확한 지향점이 있고, 또 재창작 할 수 있어야 진정한 리메이크다. 그저 편하다는 이유로 추억에 의존해 좀 팔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으로 목소리만 새로 입혀 리메이크 음반을 내는 것은 창작력을 생명으로 하는 가수에게도 결국 안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다”고 지적한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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