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尙德祠 금녀의 벽 허문 김정인 도산서원 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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尙德祠 금녀의 벽 허문 김정인 도산서원 관리소장

입력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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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의 설립 목적은 성현(퇴계 선생)을 공경하고 그 정신을 이어받은 선비를 양성하는 존현양사(尊賢養士)로 존현에 남녀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도산서원에서만 10년간 근무해 온 김정인(54) 관리소장은 이 황 선생의 학문정신을 연구, 계승하는 데 남녀 구분이 있을 수 없고 위패를 모신 상덕사(尙德祠)를 여성에게도 개방한 것은 도산서원 설립 정신과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원규에 여성의 출입을 삼가도록 한 것은 학문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었지 남녀차별을 하라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서원 내 상덕사를 여성에게 개방한 것은 2002년 4월. 원규는 그대로지만 유림의 중요사항을 결정하는 당회(堂會)의 결정으로 400여년간 지켜져 온 금녀의 구역이 해금됐다.

개방 후 상덕사에는 여성단체나 다도회 회원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 200여 명, 올해도 100명을 넘는 등 여성참배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소장은 "아직 남성에 비하면 절반에 못 미치지만 점차 늘고 있고 참배객들은 현충사 등 다른 사당에 비해 복잡한 절차에 따라 참배를 하면서도 매우 흐뭇해 한다"며 "시대 조류에 맞게 여성에게 개방한 것이 퇴계 선생의 정신을 널리 알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상덕사 참배는 다소 복잡하다. 김 소장은 "참배를 신청하면 사당을 지키는 묘지기의 안내에 따라 제복과 화관(남자는 유건)을 갖춰 입고 상덕사 동쪽 문으로 들어가 앞마당에 깔린 돗자리에서 두 번 큰절을 한 뒤 가운데 문을 통과해 위패에 읍례하고 동문으로 나와 방명록에 서명하고 다시 평상복으로 갈아입는다"고 설명했다.

옷을 차려 입고 참배하는 데 20여분 가량 걸린다. 김 소장은 "전통에 따라 함으로써 행동은 물론 마음가짐도 경건해지고 다시 한 번 성현의 가르침을 생각하게 돼 누구도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개방 정신에 맞게 여성용 제복도 남성용과 비슷한 30여 벌을 준비해 놓았다. 김 소장은 "누구나 상덕사에서 참배할 수 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아 여성 개인 참배객은 별로 없지만 해 지기 전이라면 언제든지 가능하다"며 "각종 전통문화 체험 행사와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특강 등을 통해 퇴계의 정신을 대중화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안동=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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