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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우린 왜 연예인 성형에 민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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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우린 왜 연예인 성형에 민감할까

입력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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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잡기가 주를 이루는 전형적인 찜질방형 수다에서 깔대기처럼 빠져 드는 주제 중 하나가 연예인 성형이다.“옛날 드라마 재방송 틀어주는 거 봤는데 OO가 신인 때 거기 나왔더라. 얼굴 정말 틀린 거 있지?” “OO는 요즘 연기 안 되는 게 이유가 있다잖니. 얼굴을 하도 잡아 당겨서 이제 표정이 안 생긴다더라?” “OO, 어이없지 않아? 신문 보니까 ‘성형논란, 억울해요’라더라? 내 친구의 친구의 사돈이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하는데, 그 병원에서 수술한 거 맞다던데.” “OO도 나 아는 사람이 고등학교 동창인데 그때는 정말 눈에 안 띄는 외모였다더라.”

이런 대화에 끼어본 경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왜 연예인의 성형여부에 관심이 많은 것일까? 기저에 깔려 있는 숨겨진 욕망은 “나도 돈만 있으면 그렇게 깎고 살 빼겠다”가 아닐까?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성형 연예인을 비난하는 것은 자기보다 잘난 이를 칭찬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손을 대도 그렇게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더더욱 가열차게 비판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성형논란의 핵심은 수술을 했느냐 안 했느냐, 사실 여부를 밝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깎아 내리는 데 있다. “그는 성형미인이므로 가짜 미인이다”라고 이야기를 몰아가며 “그도 나랑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연미인을 최고로 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원래 예쁜 연예인들은 우리들과 전혀 다른, 특별한 종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 편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다르게 태어났으니 질투하지도 않고 비슷해지려 하지도 않고 아예 포기 하는 것이다.

성형논란에 휩싸인 연예인은 특히 신인의 경우 성형논란을 극구 부인한다. 한예슬은 성형 이야기가 나오자 자신의 홈페이지에 유치원 때부터 고교시절 사진까지 연령대별로 사진을 띄워 자연 미인임을 강조했다. 드라마로 컴백하는 양미라는 ‘턱을 깎았다’는 소문에 휩싸이자 “턱을 고치면 입 안이 까매진다고 하는데 나는 아니다.

직접 보여주겠다”며 펄쩍 뛰었다고 한다. 이렇듯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은 일단 찍히면 소문은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지금도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성형수술한 연예인은?’이라고 입력하면 사실인지 아닌지 증명되지도 않은 연예인 리스트가 여럿 뜬다.

그렇다고 “나 수술했다”고 밝힌 이들에게 ‘당당하게’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도 별로 수긍이 가지 않는다. “연예인이 예쁘게 하고 나오는 건 예의 아니냐? 못생긴 얼굴 보여줘서 기분 나쁜 거 보다야 낫지”이라는 마초적인 시각도 마음에 안 든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성형논란을 지켜볼 때 단 하나 확실한 것은, 아직 이 사회는 ‘수술 해서라도 예쁘기만 하면 미인’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성형에 대해 너그럽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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