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장순업(57ㆍ한남대 교수)씨 초대전 ‘빛과 시간의 이야기’가 서울 청담동 유아트스페이스에서 20일까지 열린다. 우리 구상화단의 중진인 그가 단체전 자리가 아닌 본격 개인전으로는 9년만에 여는 전시다.“그림은 삶의 한 부분이지요. 흰 머리 나듯이 내 그림도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구상에서 반추상으로 다시 추상으로.”
장씨의 이번 작품들에서는 1970년대부터 그가 즐겨 그려왔던 형상들, 토기 장승 망부석 하루방 등 한국적 이미지들이 쉬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림 속에 꽃과 나비, 두루미와 학이 있지만 그것들은 화폭의 한켠에 혹은 뒤에 숨어있다.
대신 그의 그림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빛’과 ‘시간’이다. 그가 즐겨 그려오던 우리의 전통적인 형상들은 재료를 마음 가는 대로 칠하거나 발라붙인 듯 보이는 추상적 형태와 먹의 번짐, 여백의 공간 사이에 숨어있다. 때로는 검정과 황토빛 무채색으로 때로는 강렬한 빨강 파랑 녹색의 원색으로 그가 드려내려 한 빛의 흐름, 시간의 자취 사이에 있다.
한지에 토분을 섞은 물감을 칠한 뒤 다시 긁고 파낸 화면의 질감은 두텁고 거칠고 강렬하다. 무정형의 다소 혼란스러워 보이는듯한 화면에서는 시간의 균열, 삐걱이는 삶의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평론가 김복영 홍익대 교수는 “장순업의 화면이 아름답다고 하는 이유는 그가 드러내는 시간과 시간의 틈새에서 빚어지는 온갖 파편들, 희비극의 표정이 우연스럽게 아니 필연적으로 우리의 삶의 진실과 근접해 있기 대문이다”라고 말한다.
곤지암 인근에 작업실을 두고 있는 그는 이번에 자연석에 채색한 새로운 작업도 선보인다. “작업실 앞 개울에 있는 돌을 주웠지요. 자연은 스스로 형상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돌을 깨끗이 다듬어 물감을 올리니 사람 얼굴도 두루미도 나무의 형상도 저절로 나타나더군요.” (02)544-8585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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