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과 ‘발리에서 생긴 일’ 이후 KBS, MBC, SBS 지상파 3사의 ‘드라마 전쟁’이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시대’를 향해 치닫고 있다. 현재 MBC는 월화ㆍ수목 드라마에서, KBS는 일일과 주말 드라마에서 각각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SBS는 가능성 높은 드라마로 비상을 노리고 있다. 그러나 MBC는 연장 방송, KBS는 기획력 부족, SBS는 폭력성이라는 덫에 발목이 잡혀 있다.겉으로는 이번 ‘드라마 대전’의 주도권을 MBC가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월화 드라마 ‘불새’와 수목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선전하며 같은 시간대 타 방송사의 경쟁 드라마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불새’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모두 30대 여성의 관심사를 다룬 드라마.
‘불새’는 풋사랑을 10년의 시간이 지난 뒤 완성하는 30대 남녀의 로맨스를,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30대 미혼 여성의 사랑 이야기를 각각 그려낸다. ‘아줌마’ ‘앞집 여자’ 등 기혼 여성의 심리와 결혼 생활에 대한 사회적 트렌드를 잡아내는데 탁월했던 MBC가 비슷한 흐름의 드라마에서 다시 한번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두 드라마는 당초 예정보다 각각 2회씩 연장 방송했다. 시청자의 성원이 높은데다 후속 작품 준비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MBC가 내세운 연장 방송의 명분이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시청률 높은 드라마를 끝내고 싶지 않은데다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가 전작의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 지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방송계 안팎의 시각이다.
‘불새’의 이유진 작가는 MBC측으로부터 “후속작인 ‘영웅시대’를 위해 ‘불새’를 연장해야 한다”는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허준’ ‘인어아가씨’ 등 화제작을 모두 연장 방송한 MBC는 이로써 ‘인기 드라마=연장 드라마’이라는 불명예를 이어가게 됐다.
연장 방송 논란과 상관없이, 월화ㆍ수목에서 강세를 보이는 MBC 드라마는 그러나 주말에 가면 사정이 달라진다. ‘저 푸른 초원 위에’ ‘보디가드’ ‘진주목걸이’ 등 KBS 주말 드라마에 연패한 MBC가 이번에도 주말에는 패전의 아픔을 맛보고 있다. ‘질투’ 이후 12년 만에 최수종_최진실 커플을 내세운 ‘장미의 전쟁’은 KBS ‘애정의 조건’에 밀려 10%대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6일 종영됐다.
월화 드라마 ‘북경 내 사랑’과 수목 드라마 ‘4월의 키스’가 약속이라도 한 듯 5%의 낮은 시청률을 보이며 ‘드라마 기획력 부족’이란 고질병을 다시 한번 확인한 KBS로서는 주말 드라마의 선전이 위안으로 삼을 만한 대목이다. 그러나 MBC가 장나라를 앞세운 주말 드라마 ‘사랑을 할거야’와 문제 작가 임성한을 기용한 일일드라마 ‘왕꽃 선녀님’으로 ‘드라마 천하 쟁패’를 노리고 있어 안심할 수는 없는 처지다.
KBS는 20대 청춘 남녀의 사랑을 담은 트렌디 드라마의 실패를 주말 드라마 외에 일일 드라마를 통해서도 만회하고 있다. 4일 종영한 ‘백만송이 장미’는 마지막까지 8주 연속 전체 시청률 1위를 고수했다. KBS1 TV 아침 드라마 ‘찔레꽃’도 20% 내외의 시청률로 경쟁 프로그램인 ‘열정’(MBC)과 ‘청혼’(SBS)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 MBC가 새로운 기획으로 20, 30대 미혼 여성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면 KBS는 40, 50 주부 시청자를 고정 팬을 확보하고 있는 모양새다.
SBS는 월화와 수목, 주말과 일일 드라마 어느 것에서도 확고한 우위를 보이고 있지 않다. 그러나 잠재적인 가능성이 높은 드라마는 다수 확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다크 호스는 MBC 월화 드라마 ‘불새’의 비상에 발목을 잡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대하 드라마 ‘장길산’.
황석영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SBS 월화 드라마 ‘장길산’은 탄탄한 스토리와 장형일 감독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액션 신이 시청자의 눈길을 끌고 있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 치열한 1위 다툼을 벌였던 ‘파란만장 미스김 10억 만들기’ 후속으로 2일 첫 선을 보인 수목 드라마 ‘섬마을 선생님’도 12.3%의 시청률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여기에 12일 시작하는 SBS 드라마 스페셜 ‘파리의 연인’도 영화배우로 더 잘 알려진 박신양-김정은 커플을 내세워 바람몰이를 준비하고 있다. ‘파리의 연인’은 MBC, KBS가 모두 드라마를 내보내지 않아 무주공산이라 할 수 있는 토ㆍ일요일 밤 10시에 방송돼 비교우위를 기대할 만한 상황이다. 여기에 전작 ‘발리에서 생긴 일’ ‘폭풍 속으로’가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SBS로서는 높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모니터 그룹이 끊임없이 지적해온 폭력성과 선정성 문제는 SBS가 해결해야 할 과제다. 2일 방영된 ‘섬마을 선생님’ 1회분는 조직 폭력배 행동 대장인 광기가 호텔 사장을 흉기로 찔러 죽이는 장면을 고스란히 내보냈다. 7일 방영한 ‘장길산’ 7회분에는 길산의 정인인 묘옥이 윤간당하는 장면과 가슴에 문신을 새겨 넣는 장면이 포함됐다.
지상파 3사의 백가쟁명식 드라마 싸움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어떤 작품이 사랑을 받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