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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정동영-김근태 동반입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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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정동영-김근태 동반입각

입력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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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해찬 의원이 총리로 지명됨에 따라 정동영 전의장과 김근태 전원내대표의 입장이 미묘해졌다. '김혁규 총리' 카드가 살아있을 때는 두 사람의 동반 입각이 기정사실이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지적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달라진 상황이란 이 총리후보자와 두 사람의 인간적, 정치적 관계를 말한다. 정 전의장은 이 후보자와 서울대 72학번 동기동창으로 친구사이다. 이 후보자는 15대 총선에서 정 전의장을 정치권에 영입하는데도 일조를 했다. "대권주자가 친구 밑에서 장관을 맡는 게 껄끄럽다"는 고민이 생길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김 전대표는 더욱 곤혹스럽다. 이 후보자가 5살이 적은 민주화 운동 후배일 뿐만 아니라 지난 달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 후보자가 '김근태 계'를 대표해 출마했을 정도로 두 사람 사이에는 정치적 서열이 엄존하고 있다.

그러나 정 전의장과 김 전대표는 표면적으로는 이런 문제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다. 일본을 방문중인 정 전의장은 9일 이 후보자에게 전화를 걸어 "너무 기쁘다"며 축하의 뜻을 전했다. 측근들도 "개혁추진이란 목표에 딱 들어맞는 총리 인선으로 축하할 일"이라며 "총리가 누구냐에 따라 장관을 하고 안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의외의 인선" "입각 제의가 오면 고민은 할 것"이라는 표현으로 복잡한 속내의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전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총리는 개혁, 대통령은 국민통합'을 맡아야 한다는 내 뜻에 딱 들어맞는 인선"이라며 "한국문화에 선·후배 문화가 있긴 하지만 국정 운영에 그런 것이 관여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는 (개각) 포맷이 뭔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며 "다 열어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입각제의를 고사할 가능성이나, 당초 거론된 복지부장관 대신 통일부 장관을 희망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보인다.

당 일각에선 정 전의장 단독 입각 또는 두 사람의 동시 입각포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이 모두 당에서 빠질 경우 당의 위상이 지나치게 왜소화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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