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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랑 똑같다고요? 우리가 더 심할걸요"-바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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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랑 똑같다고요? 우리가 더 심할걸요"-바운스

입력
2004.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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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는 바운스를 싸이가 프로듀스한 애들, 혹은 ‘스타킹’인가 하는 희한한 노래 부르는 신인 정도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싸이의 엽기적인 이미지와 스타킹이라는 단어가 불러 일으키는 야릇한 상상이 혼합돼 ‘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게 사실이지만 이들의 공력은 그냥 웃기는 신인이라고 넘겨 버릴 정도로 얇지 않다.음악을 듣다보면 겁 없는 솔직함과 느낀 바를 스스럼 없이 표현할 수 있는 젊은 용기가 부럽고 좋다. “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있잖아요. 뭐 욕할 만한 대상만 골라 욕한 거에요.” 바운스가 욕한 사람들의 리스트를 뽑아 바운스의 표현대로 옮기자면, ‘걸핏하면 옷을 벗어 제껴/ 시선을 집중시켜 안되면 몸으로/ 아니면 니네 엄마 돈으로 얼굴이 칼질하는 연예인들’(‘Ready’에서)이나 ‘무식하기 짝이 없는 양아치들/ 겉모습으로 구걸하는 TV 속 미친 개걸래들/ 법을 너무 잘 알아서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쪽팔린 정치인들/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시비 거는 추잡한 새끼들/ 계집애들 따 먹느라 정신 없으신 많이 배우신 학원 선생님들’(‘총살’에서)이다.

거침이 없다. 돈 많은 애인만 최고로 치는 ‘머리에 O만 찬 애들’(‘crazy’에서)도 그 대상이다. 그렇다고 어떻게 튀어 보려 욕하는 건 아니다. “사실 노래들은 솔직하지 못해요. 기쁘고 화나고 사랑하고 울고 뭐 이런 얘기 밖에 없잖아요. 가식적이에요.” 하지만, 순화 정제한 노랫말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바운스의 이런 욕이 화끈거리고 당황스러울 지도 모른다.

바운스의 멤버 강진우(22) 김우근(22)은 중학교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 싸이와는 데뷔 전부터 같이 “나이트클럽에서 춤추러 다니며 친해졌다”고 한다. 두 멤버의 음악취향은 약간 다르다. 강진우가 언더 힙합그룹에서 활동한 힙합 청년이라면, 김우근은 크랙 데이빗 같은 R&B 가수를 꿈꾸고 있었다.

2002년 어느날 싸이는 이들에게 “한 달 안에 새로운 곡 10개를 만들어 오라”고 주문했다. 음반을 내 준다는 약속도 없이 일단 만들어 오라는 것이었다. 작업실에 쳐박혀 머리를 맞대고 곡을 써대던 그 시절 만든 노래가 ‘O뱅이 신사’다. 당시 인기였던 지누션의 ‘멋쟁이 신사’를 패러디 해 ‘이 인생에 되는 것도 없고 이 인생 여자한테 차이고 이리저리 욕먹고 기래면 기고 굽신거리고…’ 하던 그런 암담한 시절을 노래한 곡이다. 그렇게 한달 드디어 합격 통보를 받고 싸이와 함께 음반 준비하기를 햇수로 3년이다.

싸이 카피(Copy)로 보는 시선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면 그런 말은 쑥 들어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날 세우고 솔직하게 노래하는 사람이 워낙 없으니까, 싸이 형이랑 딱 우리 뿐이니까, 괜히 한 부류로 보는 것 같아요. 물론 싸이 형 덕에 주목도 빨리 받고 좋은 점도 많죠. 그런데 TV 나오는 ‘스타킹’ 말고 저희 음반을 한 번 들어 보시면 다르다는 걸 아실 거에요. 시간이 지나면 자연 바운스는 바운스로 생각해 주겠죠?”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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