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증권거래소시장 하루 거래대금이 2조원에도 못 미치는 날이 거듭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증시가 빠르게 냉각되자, 증권사들이 앞 다투어 비용절감, 수수료 인상 등을 통한 내실위주의 경영으로 선회하고 있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이 본부 간부급을 현장에 전진 배치하기로 하거나 임원 숫자를 줄이는 등 고강도 비상경영을 선도하고 있어, 긴축경영 바람이 빠르게 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공모주 수수료 줄줄이 인상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21일 이후 공모주 청약 수수료를 새로 징수하고 주식 현물 출고 수수료는 6배 올릴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지점 창구에서 공모주를 청약할 경우 건당 3,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인터넷이나 전화자동응답기(ARS)를 통해 신청하면 지금처럼 수수료를 징수하지 않기로 했다. 또 현물(주권) 출고 수수료를 5,000원에서 3만원으로 대폭 올리고 VIP고객 등 일부만 면제해준다.
현대증권도 14일부터 공모주 청약 수수료를 신설해 일반 고객이 영업점에서 청약할 때 건당 3,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특별우대 고객에게는 면제해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반 고객이 100만원 이하를 증권 계좌에서 은행계좌로 송금할 때 내야 하는 수수료를 건당 500원에서 1,000원으로 올린다. 대우증권은 4월부터 지점에서 공모주 청약을 할 때 건당 2,000원의 수수료를 받는 등 증권사들의 수수료 신설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수수료 신설 및 인상은 수수료를 통한 단기 수익성 제고 보다는, 신규 고객 확대에 매달리는 성장 위주의 경영을 접고 우수 고객을 우대하는 내실 경영으로 전환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법인카드 축소·간부직 현장배치
불황 극복의 일환으로 상당수 증권사들이 기존 법인카드를 회수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현대증권은 회사가 보유한 법인카드의 10% 내외를 조만간 폐기할 방침이다. 특히 '50만원 접대비 제한' 규정과 관련해 접대한 사람 모두의 인적사항을 회사 재무팀에 제출해야 한다는 규정도 마련했다. 미래에셋증권도 '리스크 관리'를 명분으로 최근 회사의 법인카드를 줄였고, 한화증권은 법인카드의 사적 이용을 차단하기 위해 3개월마다 모든 카드의 사용내역에 대한 실사를 벌이기로 했다.
최근 잇따른 증권사의 인사에서도 내실·긴축경영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삼성증권은 새로 부임한 배호원 사장이 취임 일성으로 "고객 최우선 경영 강화를 위해 본부 간부들을 대거 영업일선에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주변에서는 이 같은 결정을 날로 악화하는 영업환경을 영업강화로 정면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하고 있다. 한편 LG증권은 최근 이사회에서 이사급 인원을 4명 줄였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트레이딩과 외국증권사가 늘어나면서 증시가 호황이던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증권사들은 이미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었다"며 "중개 수수료가 전체 수익의 60%가 넘는 현재의 수익구조로는 미래가 불투명한 만큼 다양한 간접투자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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