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조편성'이었다. 2004아테네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노리는 한국올림픽축구대표팀에 청신호가 켜졌다.9일(한국시각)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린 올림픽 남자축구 조추첨에서 한국은 홈팀 그리스(FIFA랭킹 35위), 북중미 강호 멕시코(4위), 아프리카의 다크호스 말리(46위)와 같은 A조에 포함됐다. FIFA랭킹 20위인 한국은 멕시코에는 뒤지지만 그리스, 말리보다는 앞서 있어 역대 올림픽 사상 가장 쉬운 조에 편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홈 잇점을 안고 있는 그리스가 복병인데다, 말리도 아프리카 예선에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챔피언 카메룬을 꺾고 본선에 진출한 팀이어서 조별 2위까지 주어지는 8강 티켓을 장담할 수는 없다.
A조에 속해 있는 팀 중에 멕시코와는 올림픽대표팀간 역대 전적에서 5전 1승3무1패로 호각세를 이루고 있지만 그리스, 말리와는 지금까지 한번도 맞대결을 펼친 적이 없다. 말리와는 99년 나이지리아 세계청소년(19세이하)대회에서 4-2 승리를 거둔 바 있다.
한국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스페인, 칠레, 모로코 등과 만나 2승1패를 기록했지만 아쉽게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멕시코가 강팀이기는 하지만 체격적, 심리적으로 밀릴 이유가 없고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충분히 해볼만하다"며 "오히려 수비가 뛰어난데다 홈 잇점까지 안고 있는 그리스가 복병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일단 연령별 시스템을 갖춘 이탈리아, 포르투갈 등을 피한 것은 다행"이라며 "첫 경기 징크스를 어떻게 푸느냐에 8강 진출이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개최국 자격으로 본선에 직행해 전력노출이 되지 않았지만 최근 평가전에서 21세이하 유럽선수권대회 우승팀인 이탈리아와 1―1로 비기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스는 올림픽 무대에서 첫 승을 신고하지 못했고 52년 만에 올림픽 본선에 진출했다.
반면 멕시코는 한국이 올림픽 무대를 밟은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5―3으로 꺾은 적이 있지만 96년 애틀랜타대회에서는 0―0으로 비기는 등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태다.
현지에서 조추첨을 지켜본 김호곤 감독은 "홈팀이 포함돼 있고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해 부담스럽다"며 "그러나 최종목표인 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상대국의 전력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유럽전지훈련을 통해 전력을 극대화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한편 일본은 우승후보 영순위인 이탈리아, 파라과이, 가나와 B조에 편성돼 8강 진출에 난관이 예상된다. /여동은기자 deyuh@hk.co.kr
■허정무 부위원장 조언,"첫 경기 잘 풀어가면 올림픽축구 8강 가능"
"아시아최종예선에서의 상승세를 이어 간다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허정무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 부위원장은 9일 아테네 올림픽 조편성 결과에 대해 "8강 진출을 낙관할 수는 없지만 그리스와의 첫 경기만 잘 풀어간다면 좋은 성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정무 부위원장은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상대팀에 대한 전력 분석"이라고 못을 박았다. 허 부위원장은 4년 전 시드니올림픽 첫 경기에서 스페인에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한 것은 상대팀에 대한 정보 부재였다고 회고했다. 한국은 시드니올림픽 때 스페인과의 첫 경기에 패한 뒤 2연승을 거두며 2승1패를 기록했지만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허 부위원장은 "이제 상대가 정해진 만큼 치밀한 전력 분석과 올림픽 본선기간에 맞춰 선수들의 컨디션 사이클을 최대한 끌어올리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러나 예선을 통과한 팀은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무도 없다"면서 "예선을 무실점 전승으로 통과한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이변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허 부위원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박지성과 이천수의 차출문제에 대해 "박지성과 이천수는 꼭 필요한 선수"라며 "협회가 계속 소속팀과 협상한다면 본선에서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시드니 올림픽 때 홍명보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스페인과의 첫 경기 전날 강철을 긴급 수혈한 것이 8강진출의 가장 큰 실패원인으로 꼽은 허 부위원장은 "전력의 균형을 고려해 와일드카드를 발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동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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