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청계산을 갔을 때의 일이다. 청계산은 산세가 완만하면서도 능선을 따라 펼쳐지는 숲이 울창하고 곳곳에 쉼터와 샘물이 있어 가족단위로 많이 찾는 산이다.그 동안 여러 사람들과 오를 때는 몰랐는데 모처럼 혼자만의 산행이라 그런지 발 밑에 굴러다니는 돌멩이 하나, 바람결에 흔들리고 있는 풀 한 포기에도 자연스럽게 눈길이 갔다.
여름이 가깝다 보니 날씨가 더웠다. 목이 말라 원터골 쉼터에서 물을 마시며 잠시 쉬고 있는데 한 일행이 눈에 띄었다. 모녀지간인 듯 힘겹게 오르고 있는 50대 중반의 어머니를 가운데 두고 두 딸들이 앞에서 뒤에서 한걸음 한걸음 어머니와 보조를 맞추며 천천히 오르는 중이었다.
어머니는 무릎 관절이 안 좋은지 두툼한 나무막대에 몸을 의지한 채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훔쳐내며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건강한 사람에게는 너무나 편한 그 등산로를 제대로 오르지 못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두 딸들은 저만치 앞서 어머니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딸들과 보조를 맞추기 어려운 것이 미안했던지 어머니는 천천히 가겠다는 듯 먼저 오르라며 손짓을 하고는 그 자리에 멈춰서 한참을 쉬는 것이었다.
일행을 지나쳐 매봉에 오르니 비가 온 후라 관악산이 선명하다. 땀을 식히며 망중한을 즐기다 내려오는데 옥녀봉 삼거리에서 그 일행과 다시 마주쳤다.
친구들과 한참 놀러 다니고 싶을 텐데도 어머니를 모시고 함께 산에 오른 딸들도 대견스러웠지만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옥녀봉까지 오른 것이 너무나 기쁜 듯 어머니의 얼굴 표정이 무척 밝아 보였다.
그런데 조심스럽게 내려가던 딸이 갑자기 "엄마, 그 나뭇가지 이젠 버려요. 손 잡고 가면 빨리 갈 수 있잖아요."라고 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어떻게 친구를 버리니, 내가 필요 할 때는 실컷 부려먹고 필요 없다고 바로 던져버릴 수 있니? 그러면 안돼, 아주 튼튼하고 좋다. 다음에 오면 또 쓸란다. 차에 넣고 가자."라고 말하는 것이다. 순간 그 말이 내 마음속에 계속 메아리를 치는 것이었다.
만남과 헤어짐이 너무 흔하다는 요즘 그 어머니는 누구보다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흔한 나무막대기 하나에도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장주현·서울 노원구 공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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