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보수적 경영이 수출경기호조에도 불구하고 내수경기가 침체하는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기업들의 지나친 안정위주 경영은 정부의 규제 탓도 있는 만큼 수도권 공장총량제, 출자총액제한 등 기업투자를 막는 규제를 풀어주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무역협회는 8일 '주간무역리뷰'를 통해 "수출과 내수간의 괴리 발생원인을 분석한 결과 안정중시 경영에 다른 기업의 투자부진, 기존 유휴설비 활용으로 인한 신규투자감소, 해외투자증가로 인한 국내 제조업 공동화 등이 핵심원인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중 안정성과 수익성을 중시하는 기업들의 보수적 경영은 과거보다 두드러져 지난해 제조업의 현금 보유액은 65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꾸준한 정보통신 수요로 매출이 줄지 않고 있는 통신업체들마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시설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KT는 올 시설투자 규모를 지난해(2조1,000억원)보다 5% 낮춘 2조원으로 줄였고, SK텔레콤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1조7,000억원으로 결정했다. KTF도 지난해(9,550억원)보다 다소 줄어든 9,000억∼9,500억원 수준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재벌기업의 '초과투자율'(소속 산업의 평균투자율을 넘어선 투자율)은 마이너스를 기록, 재벌기업이 일반기업보다 투자를 더욱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기업의 초과투자율은 1998년과 99년의 경우 0.0065와 0.0054로 재벌계 기업의 투자가 더 많았으나, 2000년에는 -0.038, 2001년 -0.055를 기록했다.
무역협회는 "소버린과 SK의 경영권 분쟁 등의 영향으로 대기업들이 투자보다는 현금보유 확대에 치중하거나 부채축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역협회는 또 수출호조가 국산부품 및 기계설비 구입으로 연결되지 않고 해외조달이 증가하는 현상도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를 끊는 중요 요인으로 진단했다. 휴대전화 부품의 해외의존도는 44%, 컴퓨터는 69% 등으로 주력 수출품목의 부품 해외의존도는 40%를 상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출효과의 내수경기 파급을 막는 주요 요인인 제조업체 공동화현상도 심화해 지난해 제조업의 해외투자는 18억 달러로 2002년에 비해 15% 증가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주력 상품의 수출호황이 내수로 연결될 수 있도록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협력과 지원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이 있어야 한다"며 "차제에 기업투자를 막는 각종 사전적 규제를 사후규제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국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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