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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교직으로 이어진 사제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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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평생 잊지못할 일]교직으로 이어진 사제인연

입력
200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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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에 몸담은 지 3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기 저기 가서 이야기하는 일이 있다.서울시교육연구원에서 교육연구사로 근무할 때다. 당시 연구원에서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입학 후 한 달 동안 배우는 '우리들은 1학년'이라는 교과서를 개발하고 이 교과서를 전체 학교에 보급하기 전에 학교 현장에서 실험 적용해 보는 과정을 추진하고 있었다.

교과서 내용 중에서 수정·보완할 부분 등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 J초등학교를 방문하였다. 교장 선생님을 따라 1학년 어느 반으로 갔는데 그 반의 젊은 여선생님은 나무젓가락으로 만든 손인형을 들고 아주 즐거운 표정으로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K 선생님은 거칠고 어설프게, 그러나 손수 정성을 들인 수업자료로 수업을 하고 있었다. 아이들도 선생님의 뜨거운 열정에 녹아버렸는지 선생님과 하나가 되어 글자 그대로 예술과 같은 수업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사제가 혼연일체가 되어 수업하는 모습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참으로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 다음해 3월 초 모 신문사 기자로부터 '우리들은 1학년'을 잘 지도하는 선생님을 소개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주저 없이 K 선생님을 소개했다.

며칠이 지난 아침이었다. 신문을 이리 저리 훑어보던 아내가 갑자기 "아니 얘가 왜 신문에 나왔지?"하는 것이었다. 내가 소개한 K 선생님이 1학년 아이들을 지도하는 모습과 얼굴 사진이 신문에 큼직하게 나온 것이 아닌가.

"내가 H초등학교에 초임으로 근무할 때 6학년 담임했던 우리 반 반장이었어요. 그런데 신문에 나왔네. 1학년 잘 가르친다고. 초등학교 때에도 자기는 선생님이 되겠다고 했고, 나중에 서울교대에 들어갔다고 인사 온 적은 있었는데… 그동안 못 만났는데."

나는 그 날 K 선생님이 근무하는 B초등학교에 전화를 하였다. "K 선생님, 보고 싶은 사람 없어요? 초등학교 때 선생님"하고 아내를 소개해 주었다. K 선생님은 아주 반가워하면서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나와 어떤 관계인가를 묻길래 "전화해서 물어보시면 압니다"하고 끊었다.

며칠이 지나서 K 선생님은 아내 학교로 찾아가 사제간의 정을 나누고, 그 이후로는 계속해서 때로는 자녀들을 데리고, 때로는 남편과 함께 우리 집을 찾아주며 따스한 관계로 지냈다.

이것을 보면서 참으로 사제의 인연은 보통 인연으로 함부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K 선생님은 지금도 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학교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칭송받는 선생님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K 선생님 학교 교장 선생님께 직접 듣고 있다.

사제간의 아름다운 인연을 가꾸어 가는 것이 교직에 있는 모든 이들이 함께 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한다.

/류연수 교육인적자원부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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