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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50년,한국일보50년/본보 '투쟁의 기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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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50년,한국일보50년/본보 '투쟁의 기록들'

입력
200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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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의 50년에는 그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언론자유와 민주화를 위한 처절한 투쟁도 자리하고 있다. 군사독재의 암흑 시기 한국일보는 항상 선두에서 언론 탄압에 맞섰다.엄혹한 유신 초기 침묵의 틀을 처음 깨트린 것은 1974년 10월 25일 본보 기자들의 민주언론 수호 결의였다. 당시 베트남 순회 특파원이던 홍순일 기자가 베트남의 티우 대통령과의 단독 인터뷰 뒤 후속 기사로 보도한 10월 22일자 '국제 초점'을 문제 삼아 당국은 발행인과 편집국장을 중앙정보부로 연행했다.

베트남 정권이 반정부 시위로 곤경에 처해 있다는 내용이 '제 발이 저린' 당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본보 기자들은 이를 명백한 언론자유 침해로 규정, 22일 저녁부터 25일 새벽까지 농성을 벌였다. 논설위원들도 집필을 거부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10여일 전 "유신체제에 대한 도전은 용납할 수 없다. 언론자유는 국가 여건 범위 내에서 보장하겠다"고 공언한 때였다.

본보의 언론자유 투쟁은 25일 '한국일보 기자 일동은 언론 부재의 현실 앞에서 진실을 전달하는 사명을 다하지 못했음을 국민 앞에 부끄럽게 생각한다. 우리는 여기 굳게 서서 민주 언론을 사수할 것을 결연히 선언한다'는 유신 최초의 민주언론 수호 결의문 보도로 결실을 맺는다. 본보 기자들은 또 '외부 간섭 없이 자유롭게 보도할 것과 자유언론에 대한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을 것을 다짐한다'등 4개항의 행동지침도 채택했다. 작은 불씨가 온 들판으로 번지듯 본보의 선구적 투쟁은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다른 신문사들의 언론자유 수호 결의문 채택으로 이어졌다.

서울의 봄도 잠시, 신군부와 5공화국 정권은 언론의 숨통을 한층 옥죄었다. 그러나 본보 기자들은 5공 정권에서도 꺾이지 않는 자유 언론의 정신을 보였다. 80년 5월 14일 계엄사령부의 기사 삭제에 맞서 언론 자유와 계엄 철폐를 요구하는 성명을 낸 것이다. 이해 말 자매지인 서울경제신문이 끝내 강제 폐간됐다.

86년 1월 19일에는 안의섭 화백의 '두꺼비 필화 사건'이 벌어졌다. 전두환 대통령의 생일을 '오래 오래 사십시오. 하는 짓이 마음에 쏙 듭니다'며 비꼰 것이 국가원수 모독으로 간주된 것이다. 본보 기자들은 다시 이틀에 걸친 농성에 들어갔고 안 화백은 석방됐다.

이 사건은 다시 5공 최초의 언론자유 성명으로 이어진다. 같은 해 4월 18일 본보 기자들은 "오늘의 언론이 어느 때보다도 위축되고 외부압력에 무력하다는 비판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며 언론통제와 보도지침에 반대하는 결의문을 발표했고, 이번에도 다른 언론사들이 뒤를 따랐다. 본보가 또 한 번 앞장 서 언론자유 운동의 획을 그은 것이다.

같은 해 12월 15일에는 국내 언론자유 투쟁의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는 말지의 언론보도지침 보도와 관련, 편집부 김주언 기자가 치안본부 대공분실로 연행됐다. 보도지침은 당시 문화공보부 홍보정책실이 국가안전기획부 등과 논의해 신문사에 은밀하게 협조요청 형식으로 시달한 보도통제 가이드라인이었다.

김 기자는 85년 10월 19∼86년 8월 8일 사이 584항의 보도지침을 복사해 말지에 건넸고, 정권의 언론통제 상황은 처음으로 백일 하게 드러나게 됐다.

본보는 또 88년 10월, 80년의 언론통폐합 조치가 정권의 조직적 저항 세력 제거와 언론 길들이기 조치였음을 입증하는 '건전언론 육성 종합방안 보고' 문건을 특종, 21회에 걸쳐 보도했다. 87년 10월 29일에는 유신 이후 최초의 언론사 노조를 결성했다. 그 기치는 기자의 권익만이 아니라 공정보도와 언론자유 쟁취였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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