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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386 의원'들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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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386 의원'들에 바란다

입력
200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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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대 국회가 개원했다. 국민들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기대 반 우려 반으로 새로운 국회의 개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국회의장단 선출과 상임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다툼 때문에 파행으로 시작된 국회는 이미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그러나 필자는 새로 개원한 17대 국회가 한국 정치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번에 새로 당선된 국회의원들 중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1987년 6월 항쟁에서 민주화의 깃발을 들고 시청과 종로 거리를 함께 달렸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믿음은 단순히 지나간 역사의 기억에 대한 공유에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6월 항쟁의 꿈과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같은 세대의 사람들은 이들에게 강력한 지지세력인 동시에 누구보다 무서운 감시자로 존재하고 있다. 이 점에서 법적으로 정해진 것이기는 하지만 6월에 국회가 개원한 것도 매우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소위 '386 정치인'으로 지칭되는 이들은 새로운 정치를 실현시키는 데 그 어느 때보다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선 299명의 국회의원 중 초선이 187명에 달하는 대대적인 세대교체로 국회 및 정당 내의 권위주의적 위계질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다. 또한 아래로부터의 경선을 통한 공천과 돈 안 드는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이들은 과거 많은 신인 정치인들이 계파보스에게 공천과 자금 의존 문제로 발목을 잡혔던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몇 가지 유리한 조건만으로 새로운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치게 순진한 것이다. 계파 정치의 기반이 약화됐을지 몰라도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의 속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막 권력의 맛을 보기 시작한 신인 정치인들의 경우 한 번 잡은 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한 본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물론 정치인으로서 권력을 향한 도전과 꿈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한국 정치의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항상 권력이 수단보다는 목적이 되었다는 점에 있다. 권력을 향한 맹목적 추종은 정치를 공론 형성의 장이 아니라 '네가 죽어야 내가 사는 장'으로 만들어 왔으며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염증을 불러왔다.

따라서 필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정치인들이 해 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밝히는 것과는 약간 다른 각도에서 이들 '386 정치인'들에 대한 바람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이들이 앞으로 4년 동안 의정 활동을 하면서 "욕심이 없는 것이 곧 강한 것이다"라는 뜻의 무욕즉강(無欲則剛)이라는 격언을 항상 마음에 간직했으면 하는 것이다. 공자도 '논어' 공야장(公冶長) 편에서 "욕망이 많은 자를 어찌 강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말들은 한국에서 새로운 정치는 역설적이지만 이런 저런 새로운 계획을 앞세우는 것보다 과거 한국 정치를 지배했던 많은 욕망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에서 시작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새로운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다음 선거를 의식하거나, 소위 실세라고 하는 현실적 권력의 움직임에 대한 반응은 정치 현장에서 외면하기 어려운 욕망들이다. 그러나 지난 선거에서 세속적인 의미의 사회적 검증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새로운 인물을 밀어준 것은 주장과 주의에 대한 동의보다는 과거 정치와 단절할 수 있다는 매우 단순한 기준에 따른 것이다.

권력의 현장에서 권력과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말은 간단하지만 실천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 태도야말로 진정으로 새로운 정치인을 탄생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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