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한미군 1만2,500명을 내년 말까지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감축규모는 이미 제시된 수준이지만, 시기는 정부가 2007년 이후로 희망한 것보다 훨씬 이르다. 당장 안보공백 우려가 나오고, 정부도 적잖이 난감한 듯 하다. 안보 불안을 막으면서 한국군 전력을 증강하는 과제가 그만큼 다급해진 것이다. 미국의 일방적 태도는 유감스럽지만, 그렇다고 큰일 난 것처럼 허둥댈 일은 아니다. 냉정한 자세로 협상을 지혜롭게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미국이 예상보다 급격한 철군계획을 밝힌 것은 이를 되도록 늦추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간파한 협상 전략일지 모른다. 정부도 미국 내 이견 등을 감안할 때 계획 자체가 유동적이고, 타협 가능성 또한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측면을 떠나, 주한미군 감축이 미국의 세계전략 재편에 따른 것이란 사실부터 올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한반도 주변정세가 변하고 한국의 안보역량도 크게 강화, 전쟁억지를 위한 미 지상군 전진배치 필요성이 그만큼 줄었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 따라서 미군감축을 곧장 안보공백으로 여기는 것은 미국의 전략적 판단과 어긋난다.
물론 정부로서는 국민의 안보우려를 최소화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다. 따라서 한국군 전력증강에 맞춰 철군 스케줄을 적절히 조정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대북억지를 넘어선 전략적 필요에 따른 미군 전력을 그대로 한국군도 갖춰야 안보공백이 없다는 인식부터 경계해야 한다. 국민의 안보심리를 배려한 나머지, 무리하게 과잉전력을 갖추는 결과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철군일정에 관한 타협을 얻어내는 데 급급하다 보면, 미군기지 이전부지 제공과 비용 부담 등이 걸린 협상에서 실리를 쉽게 내줄 수 있다. 정부가 좀더 확고한 소신과 협상 자세를 갖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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