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함께 오래 길을 걷는 친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순원의 길위의 이야기]함께 오래 길을 걷는 친구

입력
2004.06.09 00:00
0 0

아침 8시만 되면 어김없이 우리집 초인종을 누르는 아이가 있다. 아들의 친구 석형이다. 매일 아침 함께 학교에 가자고 친구 집으로 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는 같은 아파트여서 별 문제가 없었지만, 중학교에 들어간 다음 이사를 해 계속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도 아침마다 우리집으로 온다.그 아이가 학교 가는 길 중간에 우리집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우리집에서 학교로 가는 길 중간에 그 아이의 집이 있다. 그러니까 그 아이는 아침마다 학교 반대 방향에 있는 친구집에 왔다가 다시 학교로 가는 것이다. 아들에게 "그러면 네가 학교 가는 길에 석형이 집에 들러야지"하고 말했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그러면 석형이가 더 일찍 우리집에 올 걸요." 지금 3학년이니까 아마 졸업할 때까지 그럴 것 같다.

이 두 놈의 소원은 자기 집 엄마 아빠가 여행이든 출장이든 수시로 멀리 집을 떠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얼씨구나 하고 이미 전날 저녁 책가방과 교복을 싸 가지고 친구집으로 들어간다. 아직은 마냥 서로 좋기 만한 나이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배울 것이다. 친구라는 것이 인생에서도 함께 오래도록 길을 같이 걷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순원/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