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만 되면 어김없이 우리집 초인종을 누르는 아이가 있다. 아들의 친구 석형이다. 매일 아침 함께 학교에 가자고 친구 집으로 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는 같은 아파트여서 별 문제가 없었지만, 중학교에 들어간 다음 이사를 해 계속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도 아침마다 우리집으로 온다.그 아이가 학교 가는 길 중간에 우리집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우리집에서 학교로 가는 길 중간에 그 아이의 집이 있다. 그러니까 그 아이는 아침마다 학교 반대 방향에 있는 친구집에 왔다가 다시 학교로 가는 것이다. 아들에게 "그러면 네가 학교 가는 길에 석형이 집에 들러야지"하고 말했더니 이렇게 대답한다. "그러면 석형이가 더 일찍 우리집에 올 걸요." 지금 3학년이니까 아마 졸업할 때까지 그럴 것 같다.
이 두 놈의 소원은 자기 집 엄마 아빠가 여행이든 출장이든 수시로 멀리 집을 떠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얼씨구나 하고 이미 전날 저녁 책가방과 교복을 싸 가지고 친구집으로 들어간다. 아직은 마냥 서로 좋기 만한 나이다. 그러면서 하나하나 배울 것이다. 친구라는 것이 인생에서도 함께 오래도록 길을 같이 걷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순원/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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