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하철역 구내에서 휴지를 버리려고 쓰레기통을 찾았다가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 쓰레기통이 철거돼 있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테러를 목적으로 한 폭발물 은닉을 방지하기 위해 아예 쓰레기통을 철거한 것이었다.내가 놀란 것은 이 문제에 대해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했고, 그러자 신문·방송이 크게 보도해 사회 이슈가 됐다는 점이다. 나는 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우리 사회에도 시민의식이 성숙했고 공공기관들이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많은 공공기관들이 고객만족경영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상담을 하다 보면 공공기관의 경영자들은 고객의 목소리를 알아내는 것이 어렵다고 털어놓는다. 그리고 고객의 목소리를 알기 위해서는 비용을 들여야 하고 아주 복잡하고 정교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기업에서는 많은 비용을 들여 인지도, 선호도 및 제품과 기업에 대한 이미지 등을 정기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일부 공공기관도 바람직한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시장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필자는 고객의 목소리를 알아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기관의 의지라고 생각한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이런저런 용어나 이론은 일상적인 개념을 고급스럽게 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바깥에서 안으로의 접근법(Outside―In Approach)이란 것이 별게 아니다. 고객을 포함한 다양한 공중, 예를 들면 유통채널, 언론매체, 조직 내부 자체 및 일반 공중의 의견을 파악하면 되는 것이다. 흔히 강조되는 상호 커뮤니케이션(Two Way Communication)도 복잡한 것이 아니다. 고객 및 주요 공중의 이야기를 듣고 좀더 밀착하여 관찰해 보면 된다.
물론 고객의 목소리에만 전적으로 집착하는 것은 좋지 않다.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올바른 결정을 해야 한다.
좋은 사례가 CD 산업의 몰락과 MP3 산업의 등장이다. CD 업체들은 고객이 원하는 좋은 품질의 CD를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MP3의 등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고객의 목소리를 잘 듣고,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고, 마지막으로 실천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고객만족경영은 이뤄진다고 생각한다.
/박승태 코콤포터노벨리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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