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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대표들, 황영기 우리은행장 면담서 하소연/"본점에 결정권 집중, 대출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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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대표들, 황영기 우리은행장 면담서 하소연/"본점에 결정권 집중, 대출 힘들어"

입력
200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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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결정권이 본점에 집중돼 서류만으로 대출 여부가 결정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원자재난으로 사정은 더 어려운데 은행들은 오히려 어음결제를 기피하고 현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내수부진과 원자재난 등으로 한계 상황에 몰려있는 중소기업인들이 시중은행장을 향해 응어리진 하소연을 쏟아냈다. 8일 정오 경기 수원시 중소기업지원센터에서 열린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지역 중소기업 대표 29명의 면담은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가장 많은 불만은 대출 결정 시스템에 모아졌다. 한 업체 대표는 "대출 결정 권한이 지역 업체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지점이 아닌 본점에 집중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의 과거 실적과 장래성보다는 단순히 재무제표에 따라 대출 여부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대표도 "그럴듯하게 보이기 위해 재무제표를 조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지금 같은 본점 집중 시스템이 계속될 경우 분식회계가 근절될 수 없다"고 말했다.

포장재 제조업체 대표는 "부자일 때 받는 금궤 1톤보다 끼니를 굶을 때 받는 쌀 한 가마가 훨씬 더 고마운 법"이라며 "그러나 최근 은행 지점들이 위축되면서 쌀 지원이 끊기고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은행이 기업에 대해 보다 정밀한 컨설팅을 해달라는 요구도 적지 않았다. 한 전자업체 대표는 "수출보험공사의 조언에 따라 환리스크를 방지하려다가 오히려 환차손을 입었다"며 "은행측에서 환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정한 시기마다 조언을 해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 금속업체 대표는 "거래처를 결정할 때 정보가 부족해 실기(失期)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소기업지원센터 같은 조직을 운영해 보다 쉽게 신용도 같은 기업 정보를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원자재난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과거 어음결제를 해주던 일부 은행들이 현찰을 요구하는 바람에 어려움이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이에 대해 황 회장은 "은행의 최대 고객으로 떠오른 중소기업을 돕는 것은 은행과 기업이 모두 사는 길"이라며 "여러분의 의견을 참고로 빠른 시일내에 은행과 기업이 동반자적 관계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은 추석 때까지 중소기업에 6,000억원의 신규 특별금융을 지원하기로 하고 이날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한편, 신상훈 신한은행장도 이날부터 14일까지 경기 시화공단과 부산 녹산공단, 인천 남동공단 등 거래 중소기업을 방문하기로 했으며 로버트 팰런 외환은행장도 8월부터 서울과 수도권 지역 중소기업인들을 순차적으로 만나기로 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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